"신자유주의 퇴조, 자국 이기주의 심화 … WTO 환경 안 좋아"韓·칠레 등 124개국, IFD 협상 타결 선언 … 최대 성과로 꼽아다자무역체제 보존·강화, 글로벌 공급망 등 각료선언 발표전자상거래 모라토리엄 연장 후 종료 … 수산보조금·농업협상 결렬내주 첫 워싱턴행 … "美현지서 통상관련 조야 의견 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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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잘 안 될 거다라는 전망이 국내외적으로 많이 보도돼 출발하기 전부터 어깨가 무거웠다. 여건이 어렵지만, 앞으로 노력하기에 따라 WTO 위상이 빠르게 정상화되는 가능성을 이번에 투자원활화 협정(IFD)을 통해 봤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13차 WTO 각료회의 최대 성과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우리나라 포함 124개 참여국은 지난달 25일 IFD 타결을 선언하는 공동각료 선언을 발표하고 WTO 법적 체제 편입을 요청한 바 있다.
정 본부장은 "부속서로 채택이 안 돼 아쉽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한국이 처음으로 다자규범을 주도적으로 만들고 협정 주제 역시 한국의 개발 경험이나 투자 유치를 위한 정책으로, 이를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번 WTO 각료회의는 애초 지난달 26∼29일 진행될 계획이었지만, 논의가 일정을 넘겨 이달 1일 자정을 지나서까지 진행됐다. 정 본부장은 "WTO를 둘러싼 환경이 최근 들어 안 좋아지고 있다"면서 "신자유주의가 상당 부분 퇴조했고 자국 이기주의가 날이 갈수록 심화한다"고 평가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다자무역체제 보존·강화, 글로벌 공급망, 개발, 여성·중소기업 무역 참여 등 총 23개 문항으로 구성된 각료선언이 발표됐다. 분쟁해결제도 개혁, 동식물위생·검역(SPS)·무역기술장벽(TBT) 이행에 대한 개도국 특혜, 최저개발국(LDC) 졸업국 전환 지원, 전자상거래 작업 계획 등 의제별 각료 결정도 함께 채택됐다. -
세부적으로 분쟁해결제도 개혁과 관련해선 회원국은 지난 제12차 각료회의 이후 비공식 논의를 통해 도출된 문안을 토대로 연말까지 분쟁해결제도 정상화를 위한 논의를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전자상거래 무관세 관행(모라토리엄)에 대해서는 회원국 간 입장 조정이 필요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찬성했지만, 남아프리카 공화국, 브라질 등은 반대했다. 이에 따라 다음 14차 회의까지 모라토리엄 연장 후 종료하기로 극적 합의했다.
수산보조금에 있어 과잉능력, 어획에 기여하는 보조금(원양 보조금 포함) 규율로 환경과 수산자원 지속가능성 제고와 WTO 다자체제 회복을 도모하자는 내용이 논의됐지만, 협상이 결렬됐다.
농업협상을 어떻게 진전시켜 나갈지에 대한 향후 작업 방향과 계획도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공공비축에 대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입장 차이, 협상 시한 등이 이유다.
정 본부장은 "농업, 수산 분야의 논의가 가장 어려웠다"면서 "다른 분야의 협상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강력한 전체의 판을 뒤흔들 수 있어 이러한 민감성으로 합의된 것이 없다"고 언급했다.
한편 정 본부장은 다음 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난다. 양국 간 통상 현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정 본부장은 방미는 지난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통상 환경의 큰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정 본부장은 미국 조야 인사를 두루 접촉하면서 한미 간 통상 현안에 관해 의견을 폭넓게 교환할 계획이다.
정 본부장은 "양국 간 통상 현안이나 앞으로 본부장으로서 참고해야 할 사안에 대해 현지 전문가, 오피니언 리더들과 의견을 나누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해 일정을 잡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