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협회, 8개 상급종합병원 분석, 수익 악화 '빨간불'허리띠 졸라맨 병원들, 의사 外 직원에 무급휴가 종용유사 진료과 중심으로 병동통합… 전국 수련병원 병상 줄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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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전공의 의존도가 높은 대형병원 중심으로 매출 타격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병원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의사 외 직원들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다. 

    한시적·자율적 형태지만 강요도 존재하는 상황으로 전공의 공백에 따른 수익 악화를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6일 대한병원협회(병협)가 8곳의 상급종합병원 대상으로 전공의 사직사태에 따른 경영현황 긴급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료수익은 16% 급감했고 병상가동률 역시 50%로 줄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됐다.

    구체적으로 8곳의 의료수입액은 1281억1273만원으로 전년 동기 1528억8434원 대비 16.2% 감소했다. 병원 1곳당 191억1054만원에서 160억1409만원으로 30억9645만원으로 줄어든 셈이다. 같은 기간 병상가동률 역시 78.8%에서 55.3%로 23.5% 줄었다. 

    이번 조사가 전공의 이탈 시작일부터 일주일간 진행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은 더 심각해졌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공의 비율이 높은 대형병원부터 수술이 밀리고 입원 및 외래까지 연달아 축소됐기 때문이다. 


  • ▲ ⓒ대한병원협회
    ▲ ⓒ대한병원협회
    ◆ 의사 아니면 '무급휴가' 종용 

    주요 병원이 본격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병동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나 사무·보건·기술직 등은 무급휴가를 써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에서는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경희대병원이 간호사 등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신청을 받고 있으며 삼성서울병원도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지역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대전을지대병원도 같은 결정을 했다. 

    서울소재 상급종합병원 소속 행정직 직원은 "환자를 못받고 적자가 쌓이니 궁여지책으로 무급휴가를 쓰라고 하는 것"이라며 "이는 전국 수련병원으로 확산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전공의 공백에 따른 수익 악화를 의사 외 타 직역이나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도 속속 터져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론 한시적, 자율적 형태를 띠고 있으나 강제적으로 써야 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한간호협회는 "무급휴가 강요로 인한 피해 신고가 전국에서 계속 접수되고 있다"며 "휴가를 쓰지 않으면 다른 부서 지원인력으로 보내겠다는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 병상가동률 50%… 전국적 '병상 축소' 이어지나 

    병협의 조사 결과와 같이 주요 병원은 병상가동률이 50%대로 급감한 상태여서 병상 축소를 하거나 통폐합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순천향대 서울병원은 의료진 부족으로 정신과 폐쇄병동 운영을 잠정 중단하고 정신과 응급환자를 받지 않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도 정형외과 병동 2곳을 통합할 예정이다.

    전남대병원은 이날부터 입원환자가 급감한 2개 병동을 폐쇄하고 해당 병동 의료진을 응급·중환자실과 필수의료과 등에 재배치했다.

    부산대병원은 환자 수가 급감하면서 유사 진료과끼리 병동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충북대병원도 환자 수가 적은 입원병동 2곳을 폐쇄하고 환자들을 다른 병동으로 옮겼다.

    제주대병원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최근 간호·간병서비스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통폐합했다.

    서울소재 상급종합병원 교수는 "이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엔 전체 수련병원이 병상 축소를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