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장기화 국면서 '의사의 본질적 가치' 강조한 의료계 원로 환자 살리는 것이 급선무… 늦더라도 전공의 복귀 통로 열어줘야 공공의료 10→ 30%, 의료개혁의 중요한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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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 '의사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 이 2개의 문장은 현재의 의료대란 깊숙이 녹여져있다. 강대강 대치 국면을 풀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새로운 문장이 나왔다. "의사는 환자를 떠나 살 수 없다. 국민이 없으면 의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료계 원로인 이종철 전 삼성의료원장의 일갈이다.7일 본보를 통해 이종철 전 원장은 "누가 이기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환자를 살리는 것이 시급한데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며 "의사라는 직업의 본질적 가치를 지켜달라"고 밝혔다.그는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 환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가 되고 하루가 다르게 그 강도가 점차 세질 것"이라며 "각종 대책을 세워 빈틈을 막는다고 해도 결국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이어 "병원을 떠난 전공의는 달라진 문화와 환경 탓에 행정처분에 개의치 않고 돌아오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나 환자를 위해 돌아와야 한다. 자리를 떠나려는 전임의와 교수도 자리를 지켜야한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현장에 남아있는 의료진들도 버티지 못하는 순간이 오기 때문에 정부도 행정처분 대신 대화를 통해 복귀 통로를 열어주길 바란다"고 했다.2000명의 의대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대한 반발로 불거진 의료대란에서 어느 한쪽의 백기투항을 기다리는 것보다 대화를 창구를 열어 조율점을 찾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우선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부터 구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그는 단순히 의료계 원로가 아니다. 빅5병원 중 한 곳의 수장으로 민간의료기관의 최정점에 섰던 인물이다. 전공의만 당직을 섰던 응급실 체계를 바꾸고 질환별 전문센터 진료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대중들에겐 故 이건희 회장 주치의로 명성을 떨쳤다.이후 은퇴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서 진료심사평가위원장직을 수행하며 건강보험 청구와 급여기준을 판단하는 역량도 갖췄다. 인생의 막바지엔 공공의료로 완전히 노선을 바꿔 화제를 모았다.그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창원시보건소장직을 수행하다 내달부터 강남구보건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나이는 76세. 50년 이상을 의사로 살았고 대한민국 의료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현명한 노장의 판단이 중요한 이유다.◆ 의료개혁 본질은 공공+민간 협업… 공공의료 30%로 늘려야그에게 의대증원과 관련한 의견을 묻기보단 의료개혁의 방법을 제시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10%에 불과한 공공의료의 비율을 30%까지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답했다.사스와 신종플루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는 심평원에서, 코로나19는 창원보건소장을 하면서 대응했다. 그때마다 공공병원의 중요성이 강조됐으나 결국 시간이 지나면 민간병원 중심으로 의료체계가 작동했다.이 전 원장은 "의사 인생의 마지막 행선지를 공공의료로 택한 이유는 국내에서 가장 취약한 영역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며 "민간 중심이 아닌 공공의 영역과 함께 협업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을 의료개혁의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지방에서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를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다. 작금의 현실이고 정부 역시 이 문제에 대해 해결책을 찾고 있다. 의대증원도 필수의료 패키지도 이를 두고 추진되고 있다.그는 "서울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면 봉급도 명예도 모든 것이 주어지지만 지방에서 근무하면 그렇지 않다. 일부 지방의료원에서 수억원을 내걸어도 의사가 오지 않는 이유는 일시적이고 예외적 상황에 불과하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지방에 근무하는 의료진이 지금보다 나은 대우를 받도록 정부의 지원체계가 이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는 것은 물론 국민께서도 지역, 필수의료를 하는 의사들의 사명감을 인정해주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