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개혁'·환자 '의료대란'·의사 '의료계엄령' 시각차 탓의사는 환자에게, 정부는 의사에게 '반성' 필요한 시기 대치 국면 속 '환자 피해' 가중… 봉합이 최우선
  • ▲ 윤방부 연세의대 명예교수(영서의료재단 회장). ⓒ박근빈 기자
    ▲ 윤방부 연세의대 명예교수(영서의료재단 회장). ⓒ박근빈 기자
    "의사는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정부는 혐오의 대상이 된 의사들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사태를 봉합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의료현장에서 모두가 피해자로 남게 될 것이다." 

    최근 윤방부 연세의대 명예교수(영서의료재단 회장)는 본보를 통해 "정부는 의료개혁을, 환자와 국민은 의료대란을, 의사들은 의료계엄령으로 해석하고 있어 서로가 엇갈린 상황에서 봉합이 어려운 것"이라며 "더 지체하지 말고 각계의 대표가 나서 이해와 화해의 국면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팔순을 넘긴 의료계 대원로인 그는 의사로 반세기 넘게 살아왔지만 요즘처럼 심각한 상황은 없었다며 밤잠을 설치는 날이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의대증원 반발로 전공의 집단 이탈과 의대 교수 사직이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들의 설움이 빗발치고 있다. 

    윤 교수는 "활동하는 의사들은 모두 내 후배라는 생각이고 이들이 안타까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느끼며 한 달 동안 속앓이를 해왔다"면서도 "가장 본질적인 부분은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결론을 냈다"고 했다. 

    이어 "(교수와 전공의 등 모든 의사 후배들을 향해) 힘든 상황에서도 의사의 직업윤리를 지키는 것이, 환자들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숙명임을 잃지 말길 바란다"며 "현 상황에서 의사들은 환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수련병원 교수들의 집단 사직은 곧 불가피한 환자 사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이 두려워진다. 지금도 의사 공백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 역시 죄스러운 일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단순히 의료계 원로가 아니다. 1970년대 후반 미국 미네소타대학으로 넘어가 가정의학 전문의를 취득한 후 귀국해 대한가정의학회를 창설했으며 초대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사실상 국내 가정의학의 창시자로 여겨진다.

    ◆ 의사 혐오의 시대… 결국 모두가 피해자   

    그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의사 혐오'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사에 대한 고소득 프레임과 직역 이기주의에 대한 편견이 사로잡혔는데 이러한 인식이 고착화하면 사태 해결이 되도 믿지 못하는 진료 현장이 될 수밖에 없다. 
     
    윤 교수는 "정부는 일련의 의대증원을 추진하면서 의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되는 말을 남겼고 이는 의사 혐오의 시각을 부추기는데 일조했다"며 "사태의 봉합이 되려면 정부가 의사들에게 진정성있는 사과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추후 안정적이고 견고한 의료체계가 구축되더라도 라포(신뢰)가 상실된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지속되기 어려움을 알고 있기에 누구보다 이 지점에서의 인식개선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서로를 존중하지 않고 시스템에 의존해 환자를 돌보는 것은 빈 껍데기에 불과하고 이는 초고령사회를 앞둔 국내의 상황에서 역행하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현장에 남아 몸을 갈아 넣어 환자를 돌보고 있는 의사들이 많이 있음을 드러내고 이들을 위한 대책부터 설계해야 한다"며 "의료계와 정부는 제1 원칙으로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를 갖추고 대화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