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주주권익 침해로 조원태 회장 재선임 반대故조양호 회장 때부터 국민연금과 불편한 관계 지속조 회장 우호지분 30% 이상…재선임 이변 없을 듯
  •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상윤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정상윤 기자
    국민연금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독 대한항공에 깐깐한 잣대를 들이밀며 긴장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21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제62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추진한다. 조 회장은 2016년부터 8년째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맡아오고 있다.

    대한항공 2대주주(지분 7.61%)인 국민연금은 지난 14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 조 회장 선임안에 반대하기로 입장을 정했다. 조 회장이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이유다. 또 다른 안건인 이사보수 한도 승인 건에 대해서도 “보수 금액이 경영 성과에 비춰 과다하다”고 판단했다.

    국민연금은 조원태 회장뿐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에 참여한 우기홍 사장 등 모든 이사의 재선임을 반대해 왔다. 지난해의 경우 정갑영, 박현주 사외이사 후보가 ‘계열사 재직 시 명백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로 반대표를 던졌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 조 회장 재선임 반대를 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반대의 연장선상으로 보기도 한다. 

    국민연금과 대한항공의 악연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21년에도 국민연금은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계약 체결 과정에서 실사를 생략하고 계약상 불리한 내용으로 주주 이익 침해에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지적하며 연임에 제동을 걸었다.

    더 위로 올라가면 조 회장의 부친인 故 조양호 선대회장이 그룹 총수였을 때부터 국민연금과의 불편한 관계는 지속되고 있다.

    국민연금 2018년부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함께 책임 투자활동을 강화하자 그 첫 사례로 대한항공에 불똥이 튀었다. 도입 이듬해인 2019년 조양호 전 회장이 국민연금 등의 반대에 막혀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것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조 전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문제 삼았다. 또 조 회장의 부인과 딸들의 각종 갑질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자 국민연금은 이례적으로 대한항공에 공개서한을 보내 관련 사항에 대한 입장과 근거자료 제출, 경영진 비공개 면담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주요 주주는 ▲한진칼과 특수관계인(27.02%) ▲국민연금(7.61%) ▲우리사주조합(3.27%) 등이다. 나머지 외인과 기관, 소액주주 등은 60.14% 정도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표 대결이 이뤄지더라도 조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진칼 및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조 대표의 우호지분이 30%에 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인 17%, KDB산업은행 등 국내기관의 지분률을 합치면 조 대표의 우호지분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특히 최근 주총 참석률이 저조한 것도 대한항공에 유리하다. 출석률은 2022년 55.57%, 2023년 56.19%로 50% 중반대에 머무르고 있다. 사실상 최대주주 지분만으로 거의 가결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사 선임과 해임 요건이 보통의결로 변경된 것도 조 대표 연임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전 회장이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이후 이사 선임 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이 주주권익을 침해했기 때문에 그 결정에 관여한 이사들의 선임을 반대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인수 결정 이후 주가가 올랐다”며 “우호 지분 등을 감안할 때 사내이사 선임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