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0명 … 지방 거점국립대 의대 정원 200명으로 확대지역 거점의대 경쟁력 신장 통한 필수의료체계 구축 결정급격히 늘어난 정원에 의료교육 인프라 부족 우려도 제기신속한 증원 배정 … 의·정 갈등 장기화에 政의지 피력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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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지방 거점 국립대학교를 중심으로 비수도권에 대폭 배정하면서 이른바 '인서울' 의대 규모를 앞질렀다.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취지로 읽힌다. 다만 당장 내년부터 늘린 정원에 맞춰 신입생을 받고 강의를 해야만 해 실습 교육 등에 필요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부분은 시급히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정부도 관련 부처 간 협력을 통해 국립대를 우선으로 인력과 시설, 장비 등에 대한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 정원 대학별 배정 결과를 발표했다.이번 증원으로 비수도권 의대는 입학생 1639명을 추가로 받으면서 내년부터 총 3662명의 학생이 비수도권 의대에 입학할 예정이다.비수도권 거점 국립대 9곳 가운데 경상국립대(현 입학정원 76명), 전남대(125명), 경북대(110명), 충남대(110명), 부산대(125명), 전북대(142명), 충북대(49명) 등 7곳은 정원이 200명으로 늘어난다.지방 거점 국립대의 경우 대학별로 현 정원의 1.4배에서 최대 4배 넘게 늘어나게 된다. 비율로 따지면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기존 전체의 66.2%(2023명)에서 72.4%(3662명)으로 크게 늘었다.경인권 지역 의대는 361명이 증원돼 종전보다 2.7배 커졌다.증원이 이뤄지지 않은 서울 지역 의대 정원은 8개교 826명으로 그대로다. 이에 따라 전체 의대 정원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은 27.0%에서 16.3%로 10.7%p 축소됐다.정부는 그동안 지방 거점 국립대의 경쟁력을 신장시킬 것을 강조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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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의대 정원이 갑작스레 늘어난 비수도권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의료교육이 늘어난 규모에 맞춰 원활하게 이뤄질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잖다.급격히 늘어난 의대 정원에 시설과 기자재 부족이 현실화하면 의료교육의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달 초 충북대학교의과대학·충북대학교병원 교수 160여명으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충북대가 교육부에 현 정원(49명)의 5배에 달하는 250명을 증원해 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자 반발한 바 있다. 당시 비대위 측은 "250명 의대생을 가르치려면 1970년대 국민학교 수업처럼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눠서 강의를 해야 한다"며 "이는 풀빵 찍어내듯이 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올해까지 49명의 신입생을 받던 충북대 의대는 이번 증원으로 입학정원이 151명 늘어나 내년부터 총 200명을 받게 된다. 충북대는 전국 의대 중 증가분이 가장 높은 곳이다.경북대 의대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현 정원의 2배 가까이 되는 학생들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교육시설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현재도 해부 실습이나 병원 임상실습 현장에서 시설·기자재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한편 일각에선 증원분 배분 심사가 '속도전'으로 이뤄진 부분에 대해 정부가 의·정 간 갈등 국면에서 의료 개혁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보여준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당초 의대 정원 배분은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총선 직전 공개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지난 4일까지 전국 40개 의대로부터 증원분 수요 조사를 마친 정부는 첫 회의를 시작한 지 5일만에 배정 결과를 발표할 만큼 배정 작업에 속도를 냈다.정부는 증원분 배분을 심사하는 배정위원회와 관련해 교육부, 보건복지부 관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됐다는 사실 외에 규모나 회의 횟수 등을 모두 비공개하며 작업에 속도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일각에서는 의정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국민의 피로도가 쌓이자 정부가 의료계를 강하게 압박하며 사태 해결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증원분 배분에 더 속도를 낸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