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가상은행 인가 착수... 카카오뱅크, 서민금융 앞세워 도전장

태국 중앙은행이 가상은행 인허가 절차를 개시하면서 카카오뱅크의 동남아 진출 작업도 본격적인 닻을 올리게 됐다.

인터넷전문은행 중 가장 먼저 해외 진출을 구체화하고 있는 데다 태국에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계 은행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의 도전이 주목받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국 중앙은행은 전날부터 오는 9월 19일까지 가상은행 인허가 신청서 접수를 받는다.

카카오뱅크는 현지 금융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기간 내 태국 가상은행 인허가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태국 중앙은행 인가신청 절차 따라 SCBX와 협력해 인가신청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국이 도입하려는 가상은행은 지점 없이 수신과 대출 등 모든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한국의 인터넷은행과 같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 SCBX와 가상은행 인가 획득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태국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SCBX는 태국 3대 은행 중 하나인 시암상업은행(SCB)의 지주사다.

카카오뱅크는 가상은행 컨소시엄의 지분을 20% 이상 취득해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할 계획이다.

태국 재무부가 제시한 가상은행 설립 초기 최소등록자본금이 1850억원(50억바트)인 점을 고려하면 카카오뱅크는 적어도 370억원 규모로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가 가상은행 인가를 획득하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태국에 진출한 최초의 한국계 은행이 된다. 

국내에서 중·저신용자대출을 확대하며 실적까지 거둔 카카오뱅크의 이력은 태국 진출의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태국 당국은 디지털을 통해 중소기업, 비정규직, 취약계층 등에 대한 금융서비스 접근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가상은행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30%를 넘어섰고, 당기순이익은 약 35%의 성장을 기록했다.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크지만 건전성 지표도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의 총여신 연체율은 0.49%로 전년 대비 0.09%포인트 개선됐다.

양국 당국이 인터넷은행‧가상은행과 관련한 교류를 이어오고 있는 점도 카카오뱅크에게는 긍정적이다. 

나돌 놈논다 태국 중앙은행 부총재와 관계자들은 지난해 9월 가상은행 설립과 관련한 자문을 얻기 위해 인터넷은행 도입 경험이 있는 금융위원회를 방문했다.  

당시 태국 측은 금융위에 인터넷은행 프레임워크 설계방법과 라이선스 신청 평가 기준, 인터넷은행과 일반은행 사이 규제 차이 등을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K-금융’ 세일즈를 위해 동남아 3개국을 방문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태국 중앙은행 총재를 만나 한국 금융회사의 진출에 대한 태국 중앙은행 측의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당시 김 부위원장은 “태국의 가상은행 인가 시 한국 금융회사가 참여한다면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이 태국 금융산업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 가상은행 문을 두드리고 있는 카카오뱅크를 지원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태국 당국은 오는 9월 접수마감 뒤 심사를 거쳐 내년 상반기 가상은행 인가를 결정할 예정이다. 허가받는 가상은행은 승인 후 1년 이내에 운영을 개시해야 한다.

인가 획득 시 카카오뱅크와 SCBX 컨소시엄의 가상은행은 늦어도 2026년 상반기에는 영업에 돌입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