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7개건설사 영업활동현금흐름 1.5조…2년새 4.2조 증발대우·현대·포스코·현대ENG '마이너스'…단기차입금 180%↑미청구액 14조…서울 악성미분양 9년6개월만 '500가구 돌파'
  • ▲ 서울 아파트 재건축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서울 아파트 재건축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대형건설사들의 유동성위기 대응능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택사업 수익률감소·미분양적체 등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2년만에 '4분의 1토막'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에 미수금문제도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건설업계 '돈맥경화'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1일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상위 7개건설사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영업활동현금흐름 총액은 지난해 연결기준 1조5575억원으로 직전년 2조953억원 대비 5378억원(25.7%) 감소했다. 

    부동산시장 호황기였던 2021년 5조8107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4조2532억원(73.2%)이 2년만에 증발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기업 주력사업을 통해 얼마나 많은 현금이 창출됐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이 금액이 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현금창출력이 저하돼 리스크 대응능력에 이상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시장호황기였던 2020~2021년 건설사들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았다. 단순 도급사업을 넘어 문어발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을 늘린 것도 이때다.  

    하지만 불과 2년만에 시장환경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중견사는 물론 대형사도 돈줄이 빠르게 말라가기 시작했다.

    7개건설사중 △대우건설 -8328억원 △현대건설 -7147억원 △포스코이앤씨 -2946억원 △현대엔지니어링 -1001억원 4개사는 이미 마이너스 영업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직전년 대비 하락폭은 △현대건설 5712억원 △대우건설 4097억원 △포스코이앤씨 1933억원 △현대엔지니어링 1004억원 순으로 컸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주택시장 침체와 자잿값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지표상 현금흐름이 줄어든 것"이라면서도 "다만 신규사업이나 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영업현금흐름이 줄어들 수 있어 무조건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다른 현금동원력 지표인 유동비율 경우 △현대엔지니어링(179%→163%) △GS건설(115%→108%) △DL이앤씨(168%→154%) 등이 직전년 대비 하락했다.
  •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아파트 전경. ⓒ뉴데일리DB
    현금이 돌지 않자 건설사들이 상환기간 1년미만 단기차입금으로 '급전확보'에 나선 정황도 확인됐다.

    타부문 실적이 잡히는 삼성물산을 제외한 상위 6개사 단기차입금 총액은 지난해 기준 2조8393억원으로 직전년 2조3890억원보다 4503억원(18.8%) 늘었다.

    2021년 1조152억원과 비교하면 2년새 1조8241억원(180%)나 급증한 액수다.

    단기차입금 증가폭이 가장 큰 건설사는 GS건설로 2021년 2693억원에서 지난해 1조2862억원으로 1조169억원(378%) 수직상승했다.

    단기차입금은 유동성 대응이나 신사업 확충 등을 위한 현금확보에 유리하지만 고금리인 만큼 액수가 늘어날수록 재무구조에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

    또다른 잠재부실 지표인 미청구공사가 대폭 증가한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미청구공사란 미분양이나 발주처 미지급 등으로 받아야할 공사비를 제때 수령하지 못한 것을 말한다.

    7개사 미청구공사 총액은 2021년 9조4355억원에서 2022년 11조69억원, 지난해 13조9851억원으로 가파르게 늘었다.

    미분양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국토교통부 '2월 주택통계'를 보면 지난달 전국 미분양주택은 6만4874가구로 나타났다. 직전월대비 1119가구(1.8%) 늘며 3개월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악성'으로 불리는 준공후미분양은 1만1867가구로 한달새 504가구(4.4%) 늘며 지난해 8월이후 7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서울 준공후미분양은 455가구에서 503가구로 늘었다. 서울에서 준공후미분양이 500가구를 넘은 것은 2014년 8월이후 9년6개월만에 처음이다.

    최근 정부가 기업구조조정리츠(CR리츠)를 통해 미분양 물량을 사들이는 방안을 내놨지만 건설업계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리츠가 활성화하면 지방 미분양을 줄이는데 일정부분 도움이 되겠지만 아직은 플랜 단계라 효과를 속단하긴 어렵다"며 "특히 건설사가 지방자치단체에 미분양을 신고하지 않는 사례가 적잖아 정부통계보다 실제 미분양이 많을 수 있고 이 경우 정책효과가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아직 지방현장에선 정부 미분양 지원효과가 체감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며 "대형사는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위험은 적지만 하반기까지 미분양이나 미수금이 계속 늘면 신규투자, 사업확대가 다소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