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정유 및 철강업계, 수요 부진 등 경기침체에 부진 이어져화학株 바닥 잡기 시도…中 정부 주도 소비 부양책 파급력 기대韓中 주택 거래량 증가세 철강업에 긍정적…신규 주택 반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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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가운데 석유화학과 철강 업계의 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최근 화학 및 철강주들의 회복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가 나오면서 2분기부턴 반등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기업들의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시즌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반도체 업종의 경우 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본격적인 회복 국면과 더불어 실적 호조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잠정실적은 매출 71조 원, 영업이익 6조6000억 원으로 집계, 각각 전년 대비 11.4%, 931.3% 급증했다. 특히 매출액의 경우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70조 원대를 회복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 원)을 웃돌았다. 

    이달 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이어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조5000억 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1분기 실적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 추정치 평균)은 매출 11조9850억 원, 영업이익 1조5057억 원이다. 지난 2022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조 단위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밖에 조선·자동차 등은 반도체와 더불어 실적 호조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낸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조선업 또한 작년에 이어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 국내 조선 3사인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등이 모두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석유화학·철강 기업들은 당분간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며 실적 부진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업계는 수요 둔화, 공급 과잉 등으로 올 1분기 실적 전망이 여전히 어두운 상황이다. 

    지난 2022년부터 2년 연속 적자를 낸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POSCO홀딩스와 현대제철의 1분기 실적도 전년 동기보다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화학주의 부진은 작년 10월부터 지속됐다. 주요 화학기업들이 포함된 KRX에너지화학 지수는 최근 6개월간 코스피지수가 13% 넘게 오른 점과 다르게 4%대 가까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중국 내수시장의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입지가 좁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이 정부 주도하에 제품 자급률 확대를 위한 증설에 나서면서 국내기업들의 설 자리가 사라진 모습이다. 

    다만 일각에선 최악의 상황은 지나 화학 제품의 완만한 수요 회복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중국의 산업생산이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점, 올해 중국 경제가 정부 주도 성장으로 진행될 것이란 점 등은 긍정적으로 읽히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알리 테무 쉬인 등 중국산 플랫폼 업체가 미국 등 주요 소비시장에서 급성장하면서 초저가 과소비 트렌드를 만들어 낸 것이 석유화학 수요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소재와 마감의 질이 떨어지는 저가제품을 함부로 사용해 재구입 시점이 빨라지고 이것이 석유화학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과잉이 이어지는 범용 제품을 보유한 업체들보다 높은 글로벌 점유율과 중국 수요 비중이 절대적인 제품을 보유한 업체 등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표적인 저PBR 업종으로 꼽히는 철강주들의 부진 또한 지속되고 있다. 철강 수요 위축과 중국발 철강 공급 과잉 우려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철강금속 지수는 올해 들어 15% 이상 하락했다. 국내 주요 철강주들은 올해 초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감에 물살을 탄 저PBR주 열풍에서도 소외, 시장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다만 철강주 또한 올해 중국 경기가 회복세에 따른 완만한 실적 회복세를 보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중국 철강업체들이 자발적 감산에 들어간 점은 긍정적인 요소로 풀이된다. 아울러 한국과 중국의 주택 거래량이 점차 증가하는 점도 향후 철강주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이규익 SK증권 연구원은 "철강 수요 가장 큰 영향 미치는 주택 부문은 유동성 확대 및 규제 완화로 기존 주택 거래량이 반등하는 분위기"라며 "다만 철강 수요 개선 위해서는 신규 주택 관련 지표가 반등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