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농산물값 급등에 물가불확실성 확대"5월 경제전망 뒤 한두달 데이터 확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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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2일 "지금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전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닌가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금통위 이후 사실상 7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던데 비하면 한발 물러선 모습이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로 10연속 동결한 뒤 기자간담회에서 "근원물가상승률은 예상대로 움직이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이 연말 2.3%에 부합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예상 경로를 벗어날 경우 올해 하반기에도 기준금리를 낮추기 어려울 수 있단 얘기다.

    최근 물가는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과 국제유가 움직임, 농산물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목표치(2%) 도달을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은은 지난 2월 전망에서 국제유가를 배럴 당 80달러 중후반선으로 봤지만 최근 90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다. 또 올해 1월 2.8%까지 떨어졌던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3월에는 두 달 연속 3.1%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농산물 가격은 내려올 거라 보는데, 유가는 불확실성이 커 예단하기 어렵다"면서  "유가가 90달러 위에서 오랜 기간 머물러있으면 전망을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5월 이후에는 통화정책 방향이 선명해질 것이라던 전망도 한두달 미뤄졌다.

    이 총재는 "5월 전망에서 상반기 예측하지 못한 유가나 수출 등 여러 변수를 봐서 경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하반기 전망을 확실히 하기 위해선 5월 이후 한 두 달은 더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지난 2월 금통위 직후 상반기 금리 인하는 어렵지만 5월 경제전망 이후 금리 인하 시기를 판단할 것이라고 했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 지연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뜻도 밝혔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 통화정책이 탈동조화하고 있고 우리도 미국을 따라 간다기보다 국내 요인으로 통화정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작년에 비해 훨씬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미국보다 먼저 하겠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약세 현상에 대해선 감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부채를 갚아야 해 '크레디트 리스크'가 생기지만 현재는 서학개미와 해외순자산이 많다”며 “환율이 오른다고 해서 위기만 오는 게 아니라 선진국형 외환구조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다.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의 향후 3개월 포워드 가이던스(금리 전망)는 5명이 유지 견해를, 1명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내 지난 2월과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