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격에 비트코인 급락 반영…금·유가도 급등세멀어지는 美 기준금리 인하 기대…6월 금리 동결 가능성도고금리·고환율 지속에 코스피 2700선 밑으로…증시 전망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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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과 이스라엘 간 직접 충돌에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고금리·고환율·고유가에 지정학적 리스크가 기름을 부으면서 증시 등 금융시장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1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13일 밤 (현지시각) 이스라엘을 향해 100대 넘는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해 이란 사령관 등 13명이 숨진데 따른 보복 공격이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겨냥해 직접 무력 대응에 나서면서 중동 상황이 전면 확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철통같은(ironclad)' 지지를 약속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애드리엔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날 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철통 같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이스라엘 국민의 편에 서서 이란의 이러한 위협에 대한 방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트코인 등 금융시장 요동…중동 불안 고스란히 반영

    금융시장은 즉각 이 위험을 반영하고 있다. 미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미 동부 시간 기준 13일(현지시각) 오후 5시 26분 현재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7.02% 급락한 6만1884달러(8570만원)를 나타냈다.

    비트코인이 6만2000달러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달 24일 이후 약 20일 만이다.

    주말에 공격이 이뤄지면서 연중무휴로 열리는 암호화폐 시장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12일(현지시각) 뉴욕증시도 중동 긴장 고조로 일제히 1% 이상 하락한 바 있다. 다우는 1.24%, S&P500은 1.46%, 나스닥은 1.62% 각각 내렸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은 강세를 보였다. 장중 온스당 2400달러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고, 국제 유가 역시 중동발 우려에 치솟았다.

    유가도 올랐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90.45달러로 전날 종가 대비 0.71달러(0.8%) 상승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2.18달러까지 치솟으며 5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고환율·고물가·고유가 가중…멀어지는 금리인하 기대감

    이번 이란의 도발로 고물가·고환율·고유가 등 이른바 '3고(高)' 현상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인하 횟수 축소 등에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이는 달러 강세로 이어지며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분위기다. 

    앞서 3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5%를 기록해 시장 전망치(3.4%)를 상회했을 뿐 아니라 두 달 연속 상승세가 확대됐다. 

    지난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375.4원으로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이 지속 후퇴하자 환율이 일시적으로 1400원에 도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으로 국제 유가가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제 유가 급등이 최근 수개월간 진정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되던 인플레이션을 다시 자극한다면 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욱 멀어질 수 있다. 그간 시장은 미국의 첫 금리인하 시점을 6월로 예상해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의 6월 정책금리 동결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점치고 있다. 7월 이후에나 첫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 있다고 시장은 해석하는 것이다.

    김선태 KB국민은행 연구원은 "수입물가의 근간을 이루는 환율이나 유가가 상당히 높은 수준에 있어 금리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내 증시에 먹구름도 짙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는 야당 총선 승리로 인한 밸류업 프로그램 모멘텀 약화, 고금리·고환율 상황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2800선을 넘보던 코스피는 지난 12일 한 달간의 상승분을 반납한 채 다시 2700선 밑으로 내려왔다.

    당장은 분위기 반전을 기대할 만한 시장 재료가 부재한 만큼 증시 전망은 한층 불투명해졌다. 

    황준호 연구원은 "3월 CPI 쇼크로 인해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연기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돼 증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