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의료계협의체 구성 촉각 … 정부와 일대일 대화가 관건2020년 의사 파업 합의 주축 전의총 출신, 새 집행부 대거 포진 수면 아래 협상 등 의혹에 전공의 반발 … 내부 갈등 재점화환자단체 "강경파 행보 대신 사태 봉합에 힘써달라"
  • ▲ 임현택 42대 대한의사협회장이 용산 의협회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 임현택 42대 대한의사협회장이 용산 의협회관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임현택 회장 시대로 진입하면서 의정 대치 국면이 지속될지, 봉합의 방법을 찾아낼지 주목된다. 의대증원을 막으라는 요구에 따라 당선이 된 만큼 초강경파의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되나 정부와의 대화를 위한 '범의료계 협의체' 등 대안을 찾고 있다. 
     
    2일 임현택 의협회장은 용산 의협회관에서 취임식을 열고 본격 회무에 들어갔다. 그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 정부 정책이 얼마나 잘못됐고 얼마나 한심한 정책인지 깨닫도록 하겠다"며 "의료농단을 바로잡는 날은 오늘 42대 의협 집행부가 출범하는 날"이라고 했다.

    이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문제, 필수의료 패키지 폐기 문제 등 진료현장에서 겪고 있는 각종 불합리한 정책들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뜯어고쳐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반드시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그가 본인의 SNS을 통해 전달한 메시지는 "사태가 빨리 잘 해결되길 원하시는 국민과 환자께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얽힌 매듭을 잘 풀어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투쟁과 타협이 공존하는 취임일성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일단 사태 봉합의 관점에서 이날 상임이사회에서 '범의료계 협의체' 구성을 주요 안건으로 설정했다는 것은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을 준비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협의체 구성은 임 회장의 취임과 동시에 내홍이 불거진 이유다. 전공의 대표 격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장은 집행부 정책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협의체 구성에 대해 협의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임 회장의 독단적인 행동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며 "전공의들은 지금까지 주체적으로 행동해왔고 앞으로도 자율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020년 최대집 전 의협회장이 의사 파업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정부와 9.4 의정합의를 이끌었는데 이 과정에서 전공의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내부 비판과 맞물려있다. 특히 당시 집행부 주축이었던 '전국의사총연합(전의총)' 출신 인사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전의총은 지난 2009년 출범했고 이 단체 대표를 맡았던 인물 중 노환규, 최대집 의협회장이 탄생했다. 의사사회에서의 파급력이 컸으나 앞서 언급한 사건 이후로 그 세력이 약화됐다. 

    임 회장이 꾸린 캐비닛에도 당시에 활동한 전의총 출신이 대거 참여하는 형태가 됐고 동일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전공의, 의대생 중심으로 내부 반발이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의협 새 집행부가 '원점 재검토, 백지화' 입장에서 벗어나 정부와의 일대일 대화로 타협을 하는 것이 의료대란 사태에 고통을 받는 환자들을 위한 유일한 해결책인데 이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안갯속이다. 

    의료계가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단일대오'의 협의체 구성을 하면서 더 강력한 투쟁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태 봉합에 앞서 내홍을 없애는 것이 임 회장이 해결해야 할 선결과제로 꼽힌다. 

    새 집행부 출범을 두고 환자들은 조속한 해결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이미 선을 넘어버린 의료대란을 버티기 힘든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장은 "임 회장이 초강경파로 알려졌기에 사태 봉합 없이 장기간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조속한 해결을 통해 환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지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더라도 최대한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사태 해결 국면으로 상황을 반전시켜주길 바란다"며 "여전히 환자들은 전공의가 돌아오고 교수가 떠나지 않길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