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SC제일‧신한‧우리, 줄줄이 커버드본드 만기도래신한만 차환 발행 계획…대부분 상환 진행할 듯발행금리 5년전 대비 2배 뛰어…장기조달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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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만기를 맞는 3조4000억원 규모의 은행권 원화 커버드본드(이중상환청구권부채권)가 대거 상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장기·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을 제시하는 등 커버드본드 발행을 독려하고 있지만 발행 주체인 은행들은 차환이나 신규발행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당장 금리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장기로 자금을 조달하는 부담이 큰 데다, 당국이 약속한 예대율 혜택도 구체화되고 있지 않아 발행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 ‘3조4000억’ 원화 커버드본드 연내 만기도래

    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이 2019년 발행한 원화 커버드본드가 오는 14일 만기를 맞는다.

    국내 은행이 처음 발생한 원화 커버드본드인데다 금융당국이 발행을 독려하고 있어 차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국민은행은 아직까지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커버드본드 차환이나 신규발행 계획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에 이어 SC제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의 원화 커버드본드도 연내 순차적으로 만기가 도래한다. 금액으로는 3조4000억원 규모로 전체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 잔액(5조3000억원) 중 64%에 해당한다.

    이중 신한은행 정도만 차환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은행들이 보유 자금으로 대거 상환을 진행할 경우 커버드본드 발행 잔액은 반토막이 날 수 있다.

    커버드본드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우량자산으로 분류되는 주택담보대출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일종의 담보부채권이다. 

    쉽게 말해 은행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은행채에 담보까지 더한 형태다. 발행 은행이 상환에 대한 1차 책임을 지고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투자자는 담보를 통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커버드’라는 이름 그대로 보호를 받는 채권인 셈이다.

    국내에는 지난 2014년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이 도입됐고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시장에서는 이미 대표적인 장기 자금 조달수단으로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 활성화는 금융당국이 추진하는 가계부채 질적 개선 작업의 첫 단추로 여겨진다. 금리변동기 때마다 반복되는 가계 신용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민간 장기·고정금리 주담대가 출시돼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은행도 장기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은 3년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고 최근에는 차환마저 꺼리고 있다. 

    우선 최근 금리수준이 과거 발행 시점 대비 두배 수준으로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국민은행이 2019년 발행한 원화 커버드본드 5년물 금리는 1.90%다. 커버드본드 금리가 통상 국고채와 은행채 사이에서 형성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금리 수준은 3% 중후반대로 예상된다.

    애초 국내 시장에서 커버드본드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커버드본드 수요가 워낙 적은 데다 은행채 신용이 국고채 바로 다음 수준으로 좋기 때문에 담보를 추가해서 얻는 이득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신용도가 높은 은행이 굳이 담보까지 설정하면서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이유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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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금공 지급보증 추가…MBS 수준 발행금리 지원

    금융당국은 이를 감안해 지난달 주택금융공사가 은행들이 발행한 커버드본드에 지급보증을 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은행 신용도에 담보를 더한 커버드본드에 주금공의 지급보증까지 추가해 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채 발행금리는 최근 3.9% 정도로 주금공 MBS(주택저당증권)가 3.5~3.6%인 점을 감안하면 30bp정도 차이가 있다”면서 “주금공이 발행하는 MBS 수준이 된다고 하면 발행 상에 보증이 들어간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1%대로 발행한 기억이 있는 은행들 입장에서는 3.5%도 여전히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특히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됐다고는 하지만 향후 금리향방은 인하가 확실시 되고 있어 장기 조달의 단점만 부각되는 상황이다.

    또 주금공 내부적으로도 아직 지급보증과 관련한 기준 마련 작업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커버드본드의 차환 지원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주금공 관계자는 “지난달 특례를 부여받은 이후 내부기준 마련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커버드본드 활성화, 예대율 등 규제완화 필요”

    시장에서는 은행의 장기조달 여력을 강화해 장기‧고정금리 주담대를 활상화하겠다는 당국의 구상에 대한 의구심도 품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은행의 높은 신용도를 고려하면 커버드본드의 발행금리가 매력이 없다는 점은 오랜기간 제기돼 온 문제인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업계가 요구하는 규제완화는 매번 예고편에 그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커버드본드 활성화를 위해 예대율 인정 비율을 최대 4%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는 원화 예대율 산정 시 해당 커버드본드의 발행 잔액을 예수금의 최대 1%까지 인정해주고 있다. 인정비율이 확대되면 은행들 입장에서는 예대율 관리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예대율 혜택이 커버드본드 발행의 실질적인 유인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금융연구원이 주최한 '한국의 가계부채 관리' 심포지엄에서 “(커버드본드)발행자 입장에선 정부가 추가적인 유인책을 좀 더 제공할 필요가 있다"면서 ”가장 큰 유인은 규제비율 완화로 예대율 규제의 대폭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예대율 완화는 감독규정 개정사안”이라면서 “커버드본드 발행과 시장형성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보고 있다”말했다.

    그러면서 ”커버드본드 자체가 가지는 의미를 고려해 고정‧장기모기지 활성화를 위해 은행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