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동네 병·의원서 진료 후 종이 서류 떼야…보험개발원 연내 수시 N차 모집 SW개발비·설치비 지원에도 유지비 등 수백억원대 수수료 추가 지급 요구
  • ▲ 대부분의 소비자가 보험사를 통해 필요한 서류를 확인한 후 병·의원과 약국에서 진료나 처방을 받은 뒤 발급받은 종이서류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보험사로 보내는 수고스러운 과정을 겪고 있다. ⓒ제미나이
    ▲ 대부분의 소비자가 보험사를 통해 필요한 서류를 확인한 후 병·의원과 약국에서 진료나 처방을 받은 뒤 발급받은 종이서류를 온·오프라인을 통해 보험사로 보내는 수고스러운 과정을 겪고 있다. ⓒ제미나이
    실손보험 청구를 '클릭 한 번'으로 끝내겠다던 전산화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동네 의원과 약국까지 대상이 확대됐지만, 소비자는 여전히 종이 서류를 떼어 보험사에 제출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반복하고 있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은 최근 '2026년 1차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시스템 구축 확산사업' 참여기관 모집을 마쳤다. '소액이라', '귀찮거나 바빠서', '준비할 서류가 많아서' 등의 이유로 연간 3000억원 가량의 실손보험금을 포기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한 취지다. 

    모집 대상은 자체 EMR 시스템 보유 요양기관 또는 상용 전자의무기록처리(EMR) 솔루션·청구소프트웨어 공급업체다. 대부분의 병·의원과 약국은 유비케어·비트컴퓨터·이지스헬스케어·이디비 등 EMR업체와 계약하고 자체 서버 또는 클라우드에 환자 차트 등을 장기적으로 보관·관리하고 있다. EMR업체가 해당 사업에 참여해야만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전송 대행 기관인 보험개발원을 통해 보험사에 보낼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을 과점하고 있는 업체들의 참여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점유율 1위인 유비케어는 1만7800여개의 병·의원 및 8200여개 약국, 비트컴퓨터와 이지스헬스케어가 1만여개 병·의원, 이디비 2500여곳 약국 등 전체 대상 기관의 50% 가량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용 관련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지난해 이후 추가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이 없다"고 전했다. 

    EMR업체 참여가 지연되면서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청구 간소화 효과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고, 그 결과 소액·번거로움 등을 이유로 포기되는 보험금이 연간 3000억원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청구전산화 참여율은 전체 병원급·보건소 7822곳 가운데 4290곳(54.8%), 의원·약국 6.9%(9만6719곳 중 6630곳)에 그친다. 전체 10만4541곳 가운데 1만920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소비자들이 효용도를 느끼기엔 저조한 상황이다. 

    걸림돌은 비용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은 데이터 전송 시 장당 약 200원대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청구가 1억건 이상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지원금에 보험사가 추가로 2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청구전산화에 참여하는 요양기관 및 EMR업체에 각종 서버 구축비, 소프트웨어 개발비, 설치비, 인센티브 성격의 확산비, 유지보수비 등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견이 큰 분위기다. 업계 점유율 1위인 유비케어의 의사랑 멤버십(병.의원 EMR) 가입비 100만원, 월회비 9만원(3년 이후 유지보수비 체계로 전환), 유팜(약국 EMR) 월회비 4만원에 불과한 점과 비교하면 과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와 별도로 금융당국은 참여하는 병·의원·약국에겐 신용보증기금 보증부 대출의 보증료 일부 감면을, 요양시설엔 일반보험 보험료 할인 등 당근책도 제공하고 있다. 

    실손청구전산화추진단인 보험개발원도 EMR 업체들을 최대한 개별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뾰족한 방안은 없어 답보 중이다. 수시로 연내 N차 모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보험사에게 실손보험 사업비 부담을 지운다면 결국 보험료 상승 등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같은 이유로 EMR업체들과 이견이 커 당국도 중재를 멈춘 상황이라 제도 시행 이후 체감되는 실효성은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