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개국·159곳 외국의대 나왔다면 의사국시 후 진료 가능타국 의사면허 허용 불가 발목… 급하면 본격적 검토 필요해외선 문호개방 속속… 필수의료 공백 막을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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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성진 기자
    [편집자주] 지금 독자들이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 이슈를 진단하고 방향성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뜨거운 논쟁의 중심에서 객관적인 해법에 대한 '경우의 수'를 제시하되 결과에 도달하는 것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십니까. 

    정부와 의료계 모두 필수, 지역의료의 공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돈 안 되고 힘든 곳'에 근무할 의사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은 시급한 과제임이 분명합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매년 2000명씩 5년간 1만명의 의대증원을 결정했으나 의료계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는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났고 선배 의사들은 투쟁의 수위를 올리고 있습니다. 의사면허 박탈을 감수하고서도 의대생을 늘리지 말라고 합니다. 본연의 목적인 필수, 지역의료로 배치가 어렵고 저출산·고령화로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의사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 악마화'가 지속되는 것은 반대합니다. 하지만 환자의 목숨이 달렸으니 그 어떤 의료계의 주장도 국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죠. 

    이번 사태가 봉합되더라도 기피과 의사 수 부족은 어떤 형태로든 해결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의사시장 문호개방'이 대안으로 집중 거론되고 있습니다. 과연 외국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실현 가능한 일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외국의사도 국내서 '진료 가능'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합니다. 복지부가 인정한 외국 의대를 졸업하고 해당 국가에서 의사면허가 있다면 국내 '의사국시'를 볼 수 있습니다. 통과하면 국내에서 쓰이는 면허가 발행되므로 의료행위를 해도 무방합니다. 

    국내에서 인정받은 외국의대의 구체적 명단은 베일에 가려져 있었는데 지난해 국회에서 전부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자그마치 총 38개국 159개 대학으로 드러났죠. 

    정춘숙 의원실에 따르면 ▲미국 26곳 ▲필리핀 18곳 ▲독일 15곳 ▲일본 15곳 ▲영국 14곳 ▲러시아 11곳 ▲호주 6곳 ▲아르헨티나 4곳 ▲우즈베키스탄 4곳 ▲헝가리 4곳 등 다수의 외국의대가 인정됩니다. 

    실제로 지난 2001년부터 2023년까지 409명이 국내 의사고시를 봤고 이 중 247명이 합격했다고 하죠. 내국인도 입시 지옥인 국내 의대를 벗어나 필리핀 의대를 가는 경향이 있었고 몇 해 전부터는 헝가리 의대를 나와 국내에 들어오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 외국 의사면허는 '인정 불가'

    외국의사가 국내에서 근무하는 것은 가능한데 유인책은 부족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외국의 의사면허를 허락하지 않는 구조 때문입니다. 국내 의료상황이 심각해진다면 이 부분을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물론 해외에서는 타국의 의사면허를 허용해주는 사례가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의사 부족에 빨간불이 켜진 미국 뉴저지주는 전향적으로 외국 의사면허를 인정하겠다고 했습니다. 미국에 거주하고 취업 제한이 없다면 한국 의사면허로도 응급의료면허 신청이 가능했죠. 

    싱가포르는 우수한 의료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 주요 의대를 선정해 해당 대학을 졸업하면 자국의 의사면허를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서울의대, 연세의대, 고려의대 3곳이 지정된 상태입니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 2015년 우리나라와 의료면허 협정을 체결했기 때문에 국내 면허를 보유했다면 의료인은 별도의 인정 절차 없이 의료행위가 가능합니다, 베트남 역시 정부의 공증이 있으면 별도의 자격시험없이 외국에서 발행된 의료인증서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 면허개방으로 필수, 지역의료 보완  

    결국 필수의료 의료공백을 막으려면 10년이 넘게 걸리는 의대증원보다 먼저 외국의사 수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이는 현재 허용된 범위를 벗어나 의사면허 개방이 이뤄지는 것이죠. 

    학계, 의료계, 환자단체 차원서 거론되고 있는데 가장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 인물은 한국폐암환우회 이건주 회장입니다.

    이 회장이 건넨 제안은 '정부가 의료 선진국 또는 특정 국가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시, 제한적으로 의료행위가 가능한 면허를 발급하라', '진료과목별 소요 인원과 근무지역을 명시해 필수, 지역의료에 근무하게 하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지방 공공의료원에서는 의사 인건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핵심 진료과 공백이 반복되는 상황이라 이 문제를 당장 풀어내자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소아청소년과 등 기피과 문제는 아무리 의사를 늘린다고 해도 유입될 여지가 없어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 의료계가 먼저 주장… 정부의 전향적 검토 필요

    외국의사 수입에 대한 문제는 의료계가 먼저 꺼냈습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전 의협회장)은 모 방송에 나가 "당장 의사가 부족하다면 정부가 외국 의사를 수입하는 한이 있더라도 빨리 맞추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례 브리핑에서도 외국의사 수입 문제를 논한 바 있습니다. 
     
    이필수 전 의협회장도 지난 2021년 한 학회에서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로 불리는 필수의료 의사 부족으로 한국의료는 붕괴 위기에 처해 있다"며 "환자 생명을 살리는 외과계열은 당장이라도 외국의사를 수입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의사인력 문제를 두고 정부와 협상테이블에 앉는 의료계 리더급도 외국의사 도입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피력한 만큼 이 문제를 두고 현재와 같은 반발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정부는 외국의사 수입에 대해 "아직 검토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지만 필수, 지방의료의 문제를 철저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전향적 검토가 이뤄져야 할 시기죠. 

    앞서 언급했듯 면허를 개방하면서 외국의사가 국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제반여건을 확보하고 유인책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30% 이상이 외국의사라고 하는데 우리도 시급한 필수의료 문제를 풀려면 이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