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계류 중인 재정준칙 … 野, 확장재정 주장에 가로막혀22대 국회서 재추진 … 與 총선패배로 다음 국회서도 안갯속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 2030년 70%, 2050년 120% 전망"경제위기 땐 유연한 재정운용 … 다음 국회서라도 통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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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러 차례 건전재정 기조와 함께 재정준칙 도입 의지를 보여 온 윤석열 정부와 다르게,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까지 주장하고 있어서 다음 국회 문턱 통과 여부도 안갯속에 남아있다.
28일 국회와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의 국정과제인 재정준칙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정부는 건전재정 기조와 함께 재정준칙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민주당의 확장재정 공세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그러면서 이날 열리는 본회의와 상관없이 해당 개정안은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를 하루 앞둔 상황에서 본회의 논의 일정이 잡히지 않아 국회 통과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재정준칙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 국가채무는 GDP 대비 6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 수지를 뺀 지표로 정부의 실질적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이러한 가운데 나랏빚은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11일 의결한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직전 결산 대비 59조4000억원 오른 1126조7000억원으로 나타나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향후 전망도 우울하다. 지난 19일 블룸버그 산하 연구기관인 블룸버그인텔리전스(BI)는 현재 57% 수준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30년 70%, 2045년 100%, 2050년 120%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급속한 고령화로 사회보장 지출은 급증하는데 저출산으로 세수가 급감하면서 20년 내 부채가 GDP 규모를 넘어설 것이란 예측이다.
이에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부채 급증을 예고한 바 있다. IMF는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중은 2019년 42.1%에 머물렀으나 코로나19 시국인 2021년에는 51.3%로 처음 50%를 넘었고 올해 56.6%, 2029년이면 60%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나라 살림살이가 만성 적자에 허우적댈 거란 전망이 나오는 만큼 재정준칙 필요한 상황이지만, 지난 4·10 총선도 여당 참패로 끝나면서 재정준칙은 다음 국회의 문턱마저 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에 기재부는 부처별로 사업 타당성을 원점 재검토하는 한편 부처 간 주요 사업 협업을 통해 지출을 줄일 계획이지만, 강제성을 부여하는 재정준칙이 없다면 재정 운용 과정에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단 우려는 여전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권 문제를 떠나 현시점에서 재정이 세수에 비해 많이 쓰이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이에 재정 준칙은 필요하고, 다음 국회에서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 같은 위험이 생기거나 국가적 경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재정운용에 변동성을 주는 조건을 달면 유연하게 재정준칙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