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에너지 대란·기후변화 대응·AI 개발 경쟁 등 대응 박차문재인 정부 이념적 탈원전 정책 펼쳐 … 피해액 47.4조 추산산업부 "원전 산업생태계 복원 박차, 향후 5년간 4조원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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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대란 속에 미국·유럽 등이 원자력발전(원전) 정책 유턴을 가속화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에 따른 전력 공급 필요성 증대에 따라 원전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기존 정책 기조를 뒤집고 있는 것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백악관은 원자력 프로젝트 관리·공급 워킹그룹을 신설했다. 원전 공사 지연을 줄이고 그에 따른 비용 증가를 완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기 위함이다.
워킹그룹은 이른바 스리마일섬 사고 이후 30여년만에 처음으로 건설이 승인된 보글 원자로 3·4호기가 애초 목표인 2016년보다 늦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가동되면서 공사비가 당초 140억달러에서 310억달러로 늘어난 상황 속에서 신설되는 것이다.
더불어 미국 재무부는 2025년부터 핵분열(원자력 에너지)과 핵융합 등에 대한 투자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상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글로벌 탈(脫)원전 기조를 이끌던 유럽도 마찬가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40년까지 최대 14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겠다고 공언했다. 영국은 지난 1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로 확대하기 위해 대형 원전을 추가하는 구상을 담은 민간 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스웨덴도 지난해 향후 20년간 원전을 최소 10기를 더 짓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간사이전력 다카하마원자력발전소 3·4호기 운전 기간을 20년 연장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다카하마 원전 3호기는 2025년 1월, 4호기는 같은 해 6월에 각각 운전 개시로부터 40년째를 맞는다. 운전 기간 연장에 따라 통산 최장 60년간 원전 운전이 가능해진다.
이들이 밝히는 명분은 대동소이하다. 탄소 배출량이 적고 경제성이 뛰어난 원전은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최선의 에너지원이라고 평가한다. 백악관은 원전에 대해 "풍력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차세대 원자로는 깨끗하고 믿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
이런 흐름은 앞서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원전 중심의 발전 정책을 폐기한다는 것과 대조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시작으로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했고 2018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2019~2020년 고리 2호기 계속운전 정지 등 원전의 비중을 줄였다.
이 때문에 원자력 이용 감소에 따른 피해액도 상당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지난해 5월에 발표한 탈원전 정책의 비용 평가에 따르면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2017~2030년 피해액이 총 47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2017~2022년 기간 원전용량 감소에 의해 14조7000억원, 이용률 저하로 8조2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으며, 2023~2030년에는 원전용량 감소로 19조2000억원, 계속운전 지연으로 5조3000억원의 비용이 발생된다고 봤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원전 생태계 복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전 기업들에 대한 일감·금융 지원이 투자와 연구개발(R&D) 등을 통해 중장기 경쟁력 제고하기 위해 향후 5년간 4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원전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2050 중장기 원전 로드맵 수립TF가 올해 안에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 제정을 발의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올 초 민생토론회에서 "민생을 살찌우기 위해서라도 원전 산업은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원전업계가 침체를 벗어나 새로운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탄소중립을 위해 에너지원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원자력이 큰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유럽도 원자력을 확대하겠다 선언한 상황이고 유엔도 기후변화에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꼽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