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시안·아시아인 대상 국내 가교임상 1상 시험계획 승인향후 유럽 품목허가 신청에 가교임상결과 활용 계획1년새 유동자산 553억원 감소 … 유일 상용 의약품 에페사에 기대R&D센터 건립·국제분쟁도 자금 소진 부담 키워
  • ▲ 에페사.ⓒ제넥신
    ▲ 에페사.ⓒ제넥신
    제넥신이 창립 25년만에 처음 출시한 신성빈혈치료제 '에페사' 활용도 확대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약 개발 및 R&D센터 건립, 국제소송 등으로 보유 자금이 빠르게 메말라가는 가운데 유일한 의약품인 에페사의 상업 성공에 대한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어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제넥신의 에페사에 대한 가교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

    제넥신은 국내에서 12개월 동안 건강한 코카시안(백인)과 아시아인 40명을 대상으로 에페사를 단회(1회) 정맥 투여한 뒤 약동·약력학적 특성, 안전성 및 내약성을 평가해 내년 7월말 가교임상 1상 시험을 마치는 게 목표다.

    국내 임상시험에서 에페사가 인종간 효과 차이가 없다는 가교임상 결과를 확보해 향후 유럽에서 품목허가를 신청할 때 추가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제넥신은 현재 동유럽에서 투석 만성신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에페사 임상 3상 시험을 실시하기 위해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해 뒀다. 동유럽에서는 투석 만성신장질환 환자를, 아시아에서는 비투석 만성신장질환 환자를 타깃으로 한 투트랙 전략을 구사 중이다.

    에페사는 제넥신이 보유한 의약품 중 유일하게 상업화에 성공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에페사는 제넥신의 지속형 플랫폼 기술 'hyFC(하이에프씨)'를 적용해 적혈구 생성 촉진 호르몬 EPO(에리스로포이에틴)의 체내 반감기를 늘린 신성빈혈 치료제다.

    제넥신은 로슈(미쎄라)와 암젠(아라네스프)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빈혈치료제 시장에서 에페사의 장기 지속효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아시아와 동유럽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3세대 빈혈치료제인 에페사는 한달에 1~2번 주사하면 되는 반면 1세대 빈혈치료제는 매일, 2세대는 1주일에 한번씩 주사해야 한다. 아시아와 동유럽에서는 가격 부담 때문에 대부분 1, 2세대 빈혈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다.

    제넥신은 인도네시아 제약사 칼베와 합작 설립한 KG바이오를 통해 한국, 인도네시아, 호주 등 아시아 7개국에서 비투석 만성신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에페사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했으며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에페사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KG바이오는 지난 4월말 인도네시아에서 에페사를 출시해 상용화 시동을 걸었다.

    제넥신은 자궁경부암 백신 후보물질 'GX-188E'의 조건부 품목허가 신청 철회 및 글로벌 임상 3상 계획 중단, 단장증후군 치료제 후보물질 'GX-G8'의 임상 1상 시험 중단 등 상업적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면서도 에페사에 임상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한정된 자금에서 임상개발 및 회사 운영을 해야하는 중소 바이오텍 제넥신으로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어서다.

    제넥신은 올 1분기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7억원, 단기금융상품 140억원, 당기손익금융자산 368억원을 포함해 유동자산 667억원을 보유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공모방식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852억원을 확보하며 같은 해 1분기말 1220억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새 553억원이 감소해 마냥 넉넉하다고만 보기는 어렵다. 신약개발뿐만 아니라 2028년 완공을 목표로 294억원을 들여 마곡에 R&D센터도 건축 중이다.

    여기에 최근 미국 이코메디컬시스템즈와 계약위반 여부를 놓고 대규모 소송에 휩싸이며 재무 안정성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넥신은 지난 20일 이코메디컬시스템즈가 ICC(국제상업회의소)에 제기한 소송가액이 5000만달러(679억원)에서 8600만달러(1168억원)로 증액됐다고 밝혔다.

    이코메디컬시스템즈와 2016년 DNA 기반 자궁경부암 백신 후보물질 'GX-188E' 개발을 위해 약물의 인체 투여에 필요한 장비 'TriGrid' 사용계약을 체결했다.

    제넥신은 양사간 합의하에 지난해 계약을 종료했다는 주장을 펼치는 반면, 이코메디컬시스템즈는 GX-188E 개발 중단에 따른 라이선스 수익 상실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제넥신 관계자는 "최근 법무대리인 선임을 완료했으며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