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제약·바이오 상장사 유상증자 주목샤폐론·하나마이크론·셀리드 등 최대주주 참여 저조기존 지분가치 희석 등 기업 성장 가능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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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닥 상장사들의 유상증자(유증)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주주의 소극적인 청약에 소액주주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유증은 통상 신규 투자 등 사업 활성화를 위한 결정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뚜렷한 성과없이 빚더미만 늘어나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유증 후 주가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 대주주의 유증 미참여는 향후 기업가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자금조달 및 채무상환을 목적으로 유증에 참여한 코스닥 상장사는 총 22곳에 달한다. 이 중 기술특례로 상장한 제약·바이오·반도체 업종이 대부분이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의 최대주주들의 유증 참여율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유증는 크게 △주주배정 △제3자 배정 △일반공모로 구분한다. 주주배정 방식은 최대주주를 비롯한 주요주주들도 보유 지분에 비례, 자금을 투입하기 때문에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적은 편이다. 반면 일반공모 방식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신주 모집을 진행해 '실권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권주는 미발행처리 되는데 그만큼 자금조달 규모가 줄어 사업투자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대주주의 유증 참여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투심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최대주주가 유증에 참여하지 않을 시 최대주주가 자체적으로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가치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상장사로는 바이오 기업 샤페론이 있다. 샤페론은 일반공모 방식으로 지난달 12일 350억 원 규모의 유증를 발표했지만 성승용 대표는 청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성 대표는 예정대로 유증를 진행할 경우 지분율이 19.90%에서 12.66%로 낮아지게 된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성 대표가 현재 상장 규정에 따라 올해 10월 19일까지 보호예수(의무보유)가 설정돼 있는데 이 기간이 지나면 성 대표 등 주요 경영진들이 지분 매각을 통해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지 않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유증 발표 후 주가가 공모가(5000원) 대비 70%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반도체 설계 자산(IP) 기업 퀄리타스반도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지난달 7일 595억 원 규모 '주주 배정 후 실권주 일반 공모' 방식의 유증 결정을 공시했다. 상장한 지 6개월 만의 유증인데다 최대주주인 김두호 대표(지분 26.5%)는 자신에게 배정된 신주 중 5%만 청약하겠다고 밝히면서 소액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반도체 후공정업체인 하나마이크론도 지난달 17일 시설·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1125억 원 규모 유증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신주로 발행할 주식은 500만 주로 전체 상장 주식의 9.58%에 달한다. 유증 소식이 알려진 다음날 회사 주가는 13.61% 떨어진 가운데 최대주주 최창호 회장의 유증 참여율이 10%에 불과했다.

    바이오기업 셀리드도 지난해 자금조달 목적으로 400억 원의 자금을 유증한 데 이어 최근 또 175억 원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증를 실시한다. 이곳 역시 강창율 대표가 배정물량의 전부가 아닌 일부만 참여할 예정이다. 

    이처럼 대주주들이 소극적으로 임하는 유증로 인해 주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업에 쓰일 투자금 등 자금조달을 위한 명분이라면 유상증자가 악재로만 작용되는 건 아니다"며 "다만 반복적인 유상증자에도 그간 성과를 내지 못한 바이오 상장사들의 사례를 보면 주주들의 참여가 적거나 없다는 점은 좋게 해석할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