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프리카 누적수주액 1억달러…전년比 83.8% 감소'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호재 기대…"아직 득보다 실 많아"부채·정치불안탓 재원조달 난항…유럽·중국업체 경쟁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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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시장 확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불안정한 중동시장을 대신할 제2 수주텃밭이 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현지정부의 과도한 부채와 정치·경제 불안정성, 유럽·중국업체들의 시장 선점 등 리스크가 산적해 낙관론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5일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통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4월말 기준 올해 아프리카지역 해외건설 누적수주액은 1억342만달러로 전체의 0.78%에 그쳤다. 전년동기 6억3985만달러대비 83.8% 하락한 실적이다.지난해 경우 대우건설의 5억8900만달러 규모 나이지리아 카두나 정유시설 긴급보수공사 수주에 힘입어 전체 수주액이 늘었지만 올해엔 이렇다할 성과가 나지 않아 실적이 쪼그라들었다.같은기간 아프리카 수주비중도 8.23%에서 0.78%로 급감했다.1966년이후 집계된 누적수주액을 보면 아프리카 수주액은 301억4399만달러로 전체 9770억3654만달러의 3.08% 수준이었다.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아프리카는 자원, 인력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시장인 것은 맞지만 여전히 득보다 실이 많은 곳"이라며 "현지국가들 대부분 적잖은 부채에 시달리고 있고 정치적·경제적 불안정성도 커 안정적인 프로젝트 진행과 자금 조달이 어렵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그나마 현 시점에서 국내사들이 일감을 확보할 만한 국가는 나이지리아와 탄자니아, 케냐, 이집트 정도"라고 부연했다.이런 가운데 건설업계에선 이번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지지부진했던 국내 건설사들의 현지 진출이 활기를 띨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해외수주 비중이 적다는건 그만큼 개척할 시장이 많다는 반증 아니겠나"며 "정부 차원에서 고위급 네트워크를 구축해준다면 아프리카도 충분히 해볼만한 시장"이라고 기대했다.정상회의에 발맞춰 정부도 지원사격에 나섰다.국토교통부는 내달 서울에서 '2024 한·아프리카 인프라 포럼'을 개최해 아프리카 국가 장관들과 인프라사업 협력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지난 2일엔 전문건설공제조합(K-FINCO)이 탄자니아 협력관계 강화를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여기엔 사미아 술루후 하산 탄자니아 대통령을 비롯한 현지정부 장관들과 지형근 삼성물산 부사장,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 등이 참석했다.아프리카 건설시장의 지속적인 성장도 국내 건설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시장조사기관 피치솔루션스 통계를 보면 아프리카 건설시장 규모는 2023년 1229억달러에서 2033년 2709억원달러로 확대되고 전세계 시장내 비중도 2.9%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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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안정한 정치·경제 상황과 유럽·중국업체들의 득세 등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특히 아프리카에서 추진중인 인프라 건설사업 경우 장기프로젝트인 만큼 시장 대내외적 리스크에 더 취약하다.실제로 정치·경제·사회적 측면에서 국가안정성을 평가하는 기준인 취약국 지수 하위 20개국중 14개국이 아프리카 국가다.14개국은 △소말리아 △남수단 △콩고민주공화국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차드 △에티오피아 △말리 △기니 △나이지리아 △짐바브웨 △리비아 △에리트레아 △부룬디 등이다.상당수 아프리카 국가들이 부채와 경제위기에 시달려 재원조달이 쉽지 않은 것도 문제로 꼽힌다.건설업계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의 인프라 투자 규모는 GDP의 7% 수준에 그친다. 이에 최근 민간투자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신용도 우려와 정치적 위험, 관료주의 등으로 인해 그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향후 전망도 썩 밝지만은 않다. 해외건설협회가 발표한 '1분기 수주실적 분석보고서'를 보면 올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건설시장은 정부 부채 및 건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투자심리 위축 등 요인으로 5.2%의 제한적인 성장이 전망됐다.사헬(사하라사막 남쪽) 및 서아프리카 일대 쿠데타 확산과 그에 따른 외국 투자자본 유출, 선거로 인한 정치 리스크 불안, 국제 공급만 불안 등도 성장세 둔화 요인으로 꼽혔다.해외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에서 추진되는 인프라 개발사업중 90%가 타당성조사 및 사업계획 단계에서 엎어진다"며 "현지정부의 열악한 재정상황과 부정부패, 잦은 규제 및 정책 변화 등 리스크 요인이 한두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아프리카 건설시장을 독식중인 유럽·중국업체들과의 경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유럽업체들 경우 식민지시절부터 견고하게 다져진 현지 네트워크를 보유한데다 기술력도 비교우위에 있다"며 "또 중국업체들은 중국정부의 막대한 차관지원을 등에 엎고 저가공세를 펼치고 있어 국내 건설사들이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고 우려했다.그러면서 "현지기반이 탄탄한 유럽 등 해외업체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우회전략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한선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과 아프리카간 인프라분야 협력은 정상회의를 통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지역인재 고용을 통한 현지 네트워크 구축과 신속한 현지정보 파악, 지역전문가 양성 등을 통해 현지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