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양곤 HLB 회장 CMC 문제 지적에 항서제약 측 Facility 문제라 정정항서제약이 FDA로부터 CRL 관련 상세 정본 받을 거라는 전망도 빗나가HLB, 항서제약에 신뢰 보이지만 시장의 의구심은 해결과제
  • ▲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FDA의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품목허가 신청 CRL(보완요구서한) 조치를 내린 데 대해 설명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지난달 17일 FDA의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품목허가 신청 CRL(보완요구서한) 조치를 내린 데 대해 설명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HLB의 경구용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여부는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 최대 관심사였다. 

    국내 기업이 개발한 항암제가 처음으로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 진출함으로써 바이오시밀러, 코로나19 진단기기, 바이오의약품 CMO(위탁생산)에 이어 국내 제약바이오 역량을 검증받을 기회였다.

    하지만 FDA는 지난달 17일 오전 6시45분 HLB의 신약개발 자회사 엘레바테라퓨틱스와 파트너사 항서제약(헝루이제약)에 리보세라닙과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품목허가 신청에 대해 각각 CRL(보완요구서한)을 발송해 신청을 반려했다.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HLB 주가는 지난달 17일과 20일 2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16일 종가(9만58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만7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진양곤 HLB그룹 회장은 투자자들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품목허가 '거절'이 아닌 '보완요구'를 통보받은 것을 강조하며 항서제약과 함께 협의해 빠른 시일 내에 품목허가를 재신청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약물 2종의 병용요법에 대한 품목허가 획득 절차라는 점에서 HLB와 항서제약간 긴밀한 공조가 중요할 수밖에 없는데 FDA의 CRL 발송 이후 행보를 보면 두 기업간 파트너십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이 드러난다.
  • ▲ HLB와 헝루이제약 관계자가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HLB바이오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CRL(보완요구서한) 발송에 대한 향후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왼쪽부터) 한용해 HLB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HLB생명과학 대표, 프랭크 지앙 헝루이제약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 정세호 엘레바테라퓨틱스 대표, 장성훈 엘레바테라퓨틱스 부사장.ⓒ최영찬 기자
    ▲ HLB와 헝루이제약 관계자가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HLB바이오포럼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CRL(보완요구서한) 발송에 대한 향후 대응방안을 설명하고 있다.(왼쪽부터) 한용해 HLB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HLB생명과학 대표, 프랭크 지앙 헝루이제약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 정세호 엘레바테라퓨틱스 대표, 장성훈 엘레바테라퓨틱스 부사장.ⓒ최영찬 기자
    ◆ CRL 원인 '동상이몽' 

    진 회장은 FDA가 CRL에서 약물 자체의 문제가 아닌 제조공정상의 CMC(화학·제조·품질관리) 문제를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리보세라닙에 대해서는 약물의 유효성 및 안전성은 물론, 제조공정 등 어떠한 지적사항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캄렐리주맙에 제기된 CMC 이슈에 대해서도 항서제약이 잘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다.

    진 회장은 "항서제약은 세계 23위 규모의 제약사로 글로벌 출시 의약품을 17개나 보유하고 있어 이미 17차례나 CMC 실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말하며 강한 믿음을 보였다.

    한용해 HLB그룹 CTO(최고기술책임자) 겸 HLB생명과학 대표이사도 "약효 및 안전성 리뷰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임상시험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중대한 문제였겠지만 제조공정과 관련한 것은 마이너한 문제다"고 했다.

    하지만 항서제약 측은 CMC가 아닌 'Facility(시설)'에 대해 지적받았다고 밝히며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놨다.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HLB바이오포럼'에 참석한 프랭크 지앙 항서제약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CRL 사유는 Facility라는 점을 강조했다.

    항서제약은 복잡하고 난이도 높은 공정문제보다 해결이 용이한 단순 시설 문제라는 점을 밝히며 조만간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앙 부사장과 동석한 한용해 CTO는 앞서 진 회장이 CMC 문제라고 언급한 것은 Facility도 넓은 범주에서 CMC 문제로 볼 수 있어 표현상 CMC라고 통칭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FDA 승인이 불발된 결정적 원인에 대 양사간 미묘한 입장차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FDA 승인 불발의 책임이 있는 항서제약에 HLB가 끌려간다는 인상도 지우기 어렵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의 약효 및 안전성에 대해서는 활발히 소통이 이뤄졌지만 CMC는 회사 영업비밀과 관련된 것이어서 서로 얘기할 의무도, 요구할 권리도 없다"고 말해 항서제약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항서제약이 지난달 17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올린 공시를 살펴보면 '생산현지 검사 흠결(生产场地检查缺陷)'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 ▲ 프랭크 지앙 항서제약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HLB바이오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 프랭크 지앙 항서제약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송파구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개최된 '제2회 HLB바이오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 항서제약이 FDA로부터 CRL 원인 자세히 받을 것이다?

    HLB에서는 지난 17일 FDA로부터 CRL을 받으면서 5월 안으로 항서제약이 FDA로부터 구체적인 CRL 사유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처방의약품신청자비용부담법(PDUFA)에 따르면 리보세라닙의 품목허가 신청에 대한 결정은 지난 16일(현지시각)까지인 반면 캄렐리주맙 품목허가 신청에 대한 결정은 같은 달 31일까지여서다.

    엘레바테라퓨틱스는 적시에 리보세라닙에 대한 CRL을 받은 것이며 항서제약은 기한보다 앞서서 캄렐리주맙에 대한 CRL을 수령한 것이어서 당초 예정된 기한에 상세한 내용을 담은 문서를 수령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하지만 지난 4일까지 항서제약은 FDA로부터 CRL과 관련한 추가적인 문서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이다 보니 FDA가 지난달 17일 통합해서 CRL을 발송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조심스럽게 진단했다.

    FDA와 빠른 미팅을 통해 원인을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방침과 달리 CRL을 수령한 지 2주가 지나도록 아직 접촉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HLB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늦어도 7월 초에는 FDA와 미팅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HLB는 지난 5월31일부터 6월4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 참석해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처방받은 환자들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mOS)이 23.8개월로 집계됐다는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추가로 발표했다. 기존 결과인 22.1개월보다 1.7개월 연장됐으며 대조군인 '소라페닙' 투여군 15.2개월보다 8.6개월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