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의협 주도 '전면 휴진' 예고 … 개원가부터 대형병원 전체 참여원점 재검토 안 나오면 병원별 '무기한 휴진' 후속타 압박 루게릭연맹회장 "기득권 유지 위해 사회 혼란 … 용서받지 못할 일"
  • ▲ 지난 9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6월 큰 싸움'을 선언하며 전면 휴진과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
    ▲ 지난 9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6월 큰 싸움'을 선언하며 전면 휴진과 대규모 총궐기대회를 예고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계가 의대증원 정책을 반대하기 위해 전시 수준의 의료공백을 발생시킬 전망이다.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겠다며 이율배반적 셧다운을 예고했고, 자의적으로 집단 이탈한 제자(전공의)를 지키겠다며 교수들이 가운을 벗는다. 환자들이 살려달라 울분을 터뜨리고 있는데도 국민을 위해 집단행동을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18일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를 목적으로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의 여의도 총궐기대회가 열린다. 이때 전면 휴진이 발생하는데 동네의원부터 대형병원까지 전국 의사들이 참여할 전망이다. 

    의사들이 동시에 병원 문을 닫거나 진료실을 떠나면 환자는 갈 곳이 없어진다. 주요 병원별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가동되겠지만 배후진료가 불가능하니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재난재해나 신종감염병 창궐, 전쟁이 발발한 것이 아니지만 이에 준하는 극한의 상황이 만들어진다. 

    의료계는 이를 통해 의대증원을 멈추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환자 불편과 피해가 심각해지면 정부가 '의사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전략이다. 임현택 의협회장이 예고한 "6월부터 큰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전면 휴진에도 정부의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형병원이 중심이 돼 무기한 휴진을 이어갈 방침이다. 이미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각각 17일과 27일을 기점으로 정해놓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빅5병원을 포함한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동일한 결정을 내릴 개연성이 높다. 이는 중증환자를 비롯해 타 종별에서 치료 불가능한 희귀질환자들을 포기하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의미다. 
  • ▲ 지난 12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대병원 앞에서 전면 휴진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근빈 기자
    ▲ 지난 12일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서울대병원 앞에서 전면 휴진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근빈 기자
    ◆ 환자에게 등 돌린 의사들, 공포감 잠식된 의료현장  

    의료대란 초기와 달리 이제 완벽히 환자를 볼모로 삼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규모 의사파업은 환자 생명권과 직결된 사안이다. 넉 달이 넘게 환자들은 "자리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그 탓이 정부에게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전날 김태현 루게릭연맹회장은 서울대병원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의사집단의 조직폭력배와 같은 행동을 보니 죽을 때 죽더라도 의사에게 의지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이번이 아니면 절대 의료개혁을 못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정부는 강력한 추진 동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환자, 정부,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의 0.001%도 안 되는 소수 기득권과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며 "정부는 더 이상 이를 용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엄중한 법의 잣대로 심판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정부의 말뿐인 '엄중 대처'가 아닌 실제 이행을 원하는 여론으로 돌아서고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개원의를 대상으로 총궐기대회 앞서 진료 및 휴진신고명령을 내린 후 당일 휴진율 30%를 넘으면 업무개시명령을 내려 처분할 방침이다. 또 이를 주도한 의협에는 공정거래법 위반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의대 교수들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제 정부가 법령에 근거한 조치를 제대로 실행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전공의를 대상으로 발동한 업무개시명령과 이를 지키지 않을시 '면허정지 3개월' 처분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전공의가 복귀하면 '행정처분 중단'이라는 당근책을 꺼내며 계속해서 강조했던 원칙을 깼다. 출구전략은 열어뒀으나 전공의는 돌아오지 않았고 선배 의사들은 "후배들을 지키려 투쟁에 나서자"며 작금의 사태를 만들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비단 의대 증원뿐만 아니라 필수의료정책 패키지에 담긴 혼합진료 금지 등 비급여 차단책을 비롯해 PA(진료보조) 간호사 법제화 등 투쟁에 나설 독소 정책이 쌓여있다"며 "대정부 투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의정 갈등이 격화한다면 모든 피해는 환자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미 많은 수의 환자는 진료 거부로 인한 피해를 받았고 집단행동에 대응할 방법이 없어 공포감에 휩싸였다.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