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안연 2분기 회의에 제약사 안전보건 담당자 60여명 참석제약사 안전보건 활동 우수사례 공유 및 질의응답종근당, 제안연 회의서 착안한 QR코드 활용 안전제안제도 실시경보제약, 근로자 스트레스 해소 위한 프로그램 실시 … 참석자 관심 폭발바이오업계도 삼성바이오로직스 중심 포럼 개최
  • ▲ 제약사 28곳의 안전보건 담당자 60여명이 2024년도 제약바이오안전보건연합회(제안연) 2분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 제약사 28곳의 안전보건 담당자 60여명이 2024년도 제약바이오안전보건연합회(제안연) 2분기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제약사들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 시행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서로 관련 정보를 공유하면서 업계 전체의 중처법 대응력은 물론, 안전보건 문화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의실에 제약사 28곳의 안전보건 담당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약바이오안전보건연합회(제안연)의 2024년도 2분기 회의가 열렸다.

    제안연은 제약사들이 중처법과 관련한 정보를 서로 교류하고 대응책을 공동으로 모색하기 위해 설립한 자치단체다. 현재 제약사 내 안전보건팀, ESG팀, SHE(안전관리)팀 등 안전보건 담당자들이 상호 교류 중이며 동아제약, GC녹십자, 종근당, 유한양행, 휴온스, 대웅제약 등 제약사 30곳이 참여하고 있다.

    제안연은 개별 기업은 물론, 제약산업계 전체로 안전보건 문화가 확산될 수 있도록 제약사별 안전보건 활동 우수사례를 공유하고 서로 질의응답을 나눌수 있는 회의를 매분기 열고 있다. 그동안 제약사간 순번을 정해 회의 장소를 결정했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번 2분기 회의에서는 종근당과 동아제약이 사내 안전보건 활동 사례를 설명했다.

    안전보건팀을 꾸린 대부분의 제약사처럼 종근당도 CEO 직속 전담조직으로 안전보건팀이 있으며 현장의 관리감독자들과 협업하면서 안전보건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이성식 종근당 안전보건팀장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시행령을 하나하나 짚으며 종근당이 규정에 따라 어떤 안전보건 활동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법과 시행령 내용이 어려워 안전보건 활동 방향에 고민이 큰 다른 제약사 안전보건 담당자들에게 유용한 참고자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팀장은 "안전보건과 관련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방법으로 사업장 종사자들이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QR코드 스캔을 도입했는데 이는 이전 제안연 회의에서 나온 아이디어에서 착안한 것이다"고 말했다.

    제안연이 단순히 교육과 홍보 역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제약사의 안전보건 활동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제안연에 참여하는 제약사 안전보건 담당자 간 협의해 서로의 공장을 방문해 각사의 안전보건 활동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참관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A 제약사 안전보건 담당자는 "안전보건 활동 강화를 위해 만든 체크리스트를 공유하거나 어떤 식으로 사내에 문화를 정착시킨 지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하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고 했다.

    동아제약은 올 1분기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고사례를 공유함으로써 다양한 위해요소를 돌아봤다. 이러한 안전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 의식 제고를 위해 진행하는 슬로건 공모전, 금연 프로그램, 안전보건 매거진 제작 등의 사내 캠페인 활동도 소개했다.

    이준원 동아제약 안전보건팀 책임은 "2년 정도 안전보건과 관련한 건의사항이나 아이디어를 남길 수 있는 창구인 안전보건신문고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임직원들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종근당과 동아제약 외에도 휴메딕스, 보령(옛 보령제약), 삼일제약 안전보건 담당자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 지 공유했다.

  • ▲ 김종필 경보제약 EHS팀장이 시행 중인 근로자지원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 김종필 경보제약 EHS팀장이 시행 중인 근로자지원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최영찬 기자
    이날 회의에서 가장 주목받은 곳은 경보제약이었다.

    김종필 경보제약 EHS팀장은 안전보건 관리 차원에서 근로자의 스트레스 해소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실시하고 있는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을 소개했다.

    김 팀장은 "몇 년 전 사내에서 발생한 사고 때문에 같은 팀원들이 트라우마에 힘들어하며 사직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다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에 착안해 '마인드카페' 앱을 활용한 프로그램 지원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익명으로 로그인해 심리상담을 진행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어떠한 인사상 불이익도 없다고 했다. 

    김 팀장은 "심리상담 이후 요가, 운동처방, 숙면테라피, 푸드테라피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스트레스를 낮추고 있는데 상담 전 스트레스 지수가 평균 70,8점이었던 것이 상담 및 프로그램 활용 이후에는 32.2점으로 스트레스 지수가 54.5%나 감소한 것으로도 조사됐다"고 소개했다.

    김 팀장의 발표 이후 다른 제약사 안전보건 담당자들도 높은 관심을 보이며 다양한 질문을 하기도 했다.

    김 팀장은 이러한 프로그램이 조직구조를 튼튼하게 해줘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안전보건 관리는 뚜렷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비용만 투입하는 분야라고 생각해 제약사는 물론 다른 산업군에서도 비용 지출을 꺼리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경보제약의 시도는 큰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김 팀장은 "이전에는 한 해 50~60명씩 사직했다면 이 프로그램을 실시한 지난해에는 12명 정도만 사직한 것으로 안다"면서 "직원들의 호응도도 폭발적이어서 당초 1년만 시행할 예정이었는데 앞으로 지속 진행할 계획이며 경영진도 근로자의 스트레스 해소 방안에 큰 관심을 갖고 연간 예산을 편성해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 솔루션 업체 관계자도 제안연 활동에 대해 인상깊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른 산업군에도 안전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어 산업계 분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제약사들이 이런 자리에서 어떤 안전보건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지 공개하는 게 놀라웠다"면서 "다른 산업군의 기업들은 각자의 활동에 대해 상호간 공유를 꺼리는 게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한편, 제약사를 중심으로 모인 제안연과 별도로 바이오업체들도 공동으로 안전보건 활동에 나서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주축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GC녹십자, 동아에스티, 에스티젠바이오 등 총 11곳의 바이오기업은 지난 4월29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에서 '바이오사 안전보건포럼'을 열기도 했다. 고용노동부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및 안전보건공단 인천광역본부도 함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 매달 지역별로 이같은 안전보건 활동을 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서도 제약바이오기업들 간 안전보건 활동 사례를 공유하는 등 문화 확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