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협상, 하반기로 밀려"전기료 인상 반영, 더 올려야""철광석 하락세… 더 내려야"
  • 철강과 조선업계의 상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이 장기화하고 있다. 철광석값 하락에 따라 협상력에서 조선업계가 우위를 점했지만, 철강업계가 업황 부진을 이유로 가격 인상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어 합의점 도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상반기 후판 가격 산정을 두고 협상을 여전히 진행 중으로, 이달 내 결론짓지 못해 하반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경우 통상 7월 시작하는 하반기 후판 가격 협상도 불가피하게 뒤로 밀릴 전망이다.

    조선사와 철강사는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후판가 협상을 진행한다. 선박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은 선박 생산원가에서 20% 가량을 차지한다. 양측 모두 후판 가격이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신경전이 치열하다.

    철강업계는 인건비와 전기료 인상 등 원가 부담 상승에 따른 실적 부진을 근거로 후판 가격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철강제품 원가의 약 10%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해 1킬로와트시(kWh)당 31.7원 인상됐다. 전기료가 kWh당 1원만 올라도 연간 수백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실제 철강업계는 건설경기 불황에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까지 겹치며 실적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8조5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줄었고 영업이익은 5830억원으로 17.3% 감소했다. 현대제철의 1분기 매출(5조9478억원)과 영업이익(558억원)은 전년 대비 각각 6.9%, 83.3% 축소됐다.

    국내 철강 수요가 둔화한 데다 중국산 철강까지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량은 407만톤(t)으로, 전년 동기 396만톤 대비 10톤 이상 증가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 전방산업의 경기둔화로 가뜩이나 어려운데 중국 내에서 과잉 생산된 물량이 대거 유입돼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며 “전기로를 밤에만 가동하고 조업 일수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 중으로, 여기에 후판 가격까지 인하하면 수익성을 방어할 길이 없어진다”고 토로했다.

    다만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약세인 점은 철강사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달 1톤당 철광석 평균 가격은 106.55달러로 1년 전(112.57달러)와 비교해 낮게 형성돼 있다. 올 초 135.13달러와 비교하면 하락폭이 더 두드러진다.

    조선업계는 철광석 가격 하락을 이유로 후판 가격을 더 인하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후판 가격은 지난해 상반기 톤당 100만원, 하반기 90만원 중반대에 각각 합의를 이뤘다. 올해 후판 가격을 이보다 올릴 시 이제 막 본격화한 수익성 개선세가 다시 둔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중국산 후판 가격은 톤당 90만원 전후로 국산 후판보다 20만원 가량 낮게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선주사들이 고품질의 국내산 후판을 쓸 것을 요구하고 있어 조선사들이 중국산 후판을 자유롭게 채택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지난해 상반기 협상 역시 합의가 지연되며 4월 중순이 돼서야 결론이 났다. 하반기 협상은 더 길어져 연말에나 마무리됐다. 올 상반기 협상도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 중으로, 이달 내 막판 합의점 도출 가능성이 낮게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