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칸 라이언즈 한국 심사위원과의 만남⑤] 김홍탁 파울러스 CCO지속가능발전목표 라이언즈(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Lions, SDGs)의 의미와 인사이트 공유"SDGs 캠페인, 고유의 브랜드처럼 생각하고 꾸준히 지속해야"
  • ▲ 김홍탁 파울러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프랑스 칸 = 김은미 기자
    ▲ 김홍탁 파울러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프랑스 칸 = 김은미 기자
    [프랑스 칸 = 김수경 기자] 세계 최대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가 지난 2018년 신설한 지속가능발전목표 라이언즈(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Lions, 이하 SDGs 라이언즈)가 올해로 7년차를 맞았다.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한 크리에이티브의 힘을 빌린 캠페인들이 매년 칸에 등장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브랜드브리프는 프랑스 칸 현지에서 올해 SDGs 라이언즈 심사를 맡은 김홍탁 파울러스(Paulus)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hief Creative Officer, CCO)를 만나 SDGs 라이언즈가 갖는 의미와 올해 심사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한 칸 라이언즈의 노력, SDGs 라이언즈로 진화하다
    SDGs 라이언즈 부문이 생기기 전인 2012년, 칸 라이언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 자선단체인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과 함께 아이디어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니셔티브 '칸 키메라(Cannes Chiemer)'를 출범시켰다. '칸 키메라' 첫 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문가들로 구성된 14명의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했다. 당시 전 세계에서 모인 1000여 개의 아이디어들을 심사해 최종 10팀을 뽑았고, 2박 3일 간의 워크숍을 진행하며 선정된 아이디어들을 발전시켜 실제 사회 문제 해결에 적용했다. 이 과정을 통해 정말 많은 인사이트와 영감을 받았고 '이게 집단지성의 힘이구나!'를 느꼈다. '칸 키메라'는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활용한 최초의 시도였고, 이후 2016년 반기문 UN(국제연합) 전 사무총장이 칸 라이언즈에 방문해 WPP, 크리에이티브 업계에 SDGs에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하면서 칸 라이언즈는 2018년 SDGs 라이언즈를 출범시켰다. 

    SDGs 라이언즈의 의미
    당시 반기문 총장의 연설 이후 글로벌 광고업계 6대 홀딩컴퍼니가 뭉쳤다. WPP의 창업자인 마틴 소렐 경(Sir Martin Sorel)을 비롯해 옴니콤, IPG, 하바스, 덴츠, 퍼블리시스의 회장이 모두 SDGs에 뜻을 모으기로 선언하면서 세상을 구하기 위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들이 칸 라이언즈로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칸 라이언즈가 SDGs를 신설한 이후 원쇼와 D&AD, 애드페스트(AdFest) 등 대부분의 글로벌 광고제에도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카테고리가 만들어졌고 이는 곧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그간 브랜드에 관련된 일만 해왔던 크리에이티브 업계 사람들이 SDGs 라이언즈 출범 이후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들의 크리에이티브와 아이디어를 사용하게 된 것이다.

    SDGs 라이언즈 심사의 핵심은 '지속성'과 '진정성'
    SDGs 라이언즈 심사는 전통적인 크리에이티브 캠페인 심사와는 다른 시각과 관점을 요구한다. 전통적인 광고 캠페인인 필름이나 프린트 등의 크리에이티브는 직관적으로 보고 심사할 수 있지만 SDGs 라이언즈는 더욱 통합적이고 까다롭다. SDGs 라이언즈는 임팩트와 결과 40%, 아이디어 20%, 전략 20%, 실행 20%의 비율로 심사한다. 먼저, 시급한 사회 문제를 파악해 문제점을 제대로 정의내렸는지를 봐야하고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한 솔루션을 제시했는지, 캠페인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영향을 미쳤는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꿨는지 등을 모두 검토한다.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킨다 해도 오직 상을 받기 위해 만든 1회성 캠페인이거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캠페인은 심사에서 가차없이 떨어진다. 때문에 다른 글로벌 광고제의 지속가능성 카테고리에서 수상했던 작품들도 칸 라이언즈에선 쇼트리스트에조차 오르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올해부터 칸 라이언즈는 SDGs 라이언즈 출품비 전액을 그랑프리 수상팀에 지급하고, 해당 캠페인을 확장하는데 써 줄 것을 요청하기로 했다. 지속성과 진정성이 없는 캠페인은 칸 라이언즈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 가장 인상적인 SDGs 캠페인과 논란의 캠페인
    올해 SDGs 라이언즈 그랑프리 수상작은 르노(Renault)의 'Cars to Work' 캠페인(퍼블리시스 콘세이(Publicis Conseil) 대행)이 차지했다. 이 캠페인은 대중 교통 수단의 부족으로 직장 생활에 곤란을 겪는 사람들에게 출퇴근을 위한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한 뒤, 이들의 직장 생활이 안정된 후 차량 비용을 청구하는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선보였다. 돈을 벌어서 차를 사는 일반적 과정을 뒤집어, 차량이 사람들에게 일 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하면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한 것은 물론 브랜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아이디어를 선보여 최종적으로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 마지막까지 르노와 그랑프리를 두고 경합을 벌였던 작품은 글로벌 물류 회사인 DP월드(DP World)의 'The Move to -15' 캠페인(에델만 런던(Edelman, London) 대행)이다. 과일이나 채소 등을 운반하는 선박 컨테이너의 평균 온도는 마이너스 18도에 맞춰져 있다. 이 온도를 마이너스 15도로 설정해도 신선도 유지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 캠페인은 컨테이너의 온도를 마이너스 15도로 맞춰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는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을 선보였으며, 다른 글로벌 운송 회사들의 참여도 이끌어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캠페인이 골드 수상에 그친 이유는 '진정성'에 대한 의혹 때문이었다. 

    SDGs 라이언즈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UNDP의 마허 나세르(Maher Nasser) 디렉터는 "좋은 프로젝트고 전 세계적으로 임팩트도 컸다. 그러나 이 캠페인을 진행한 DP World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막대한 물류 기업이다. 서스테이너블 워싱(sustainable washing, 기업이 실제로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활동이나 제품을 지속가능한 것처럼 보이도록 홍보하는 행위)이 의심될 수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캠페인의 목적과 결과 모두 좋았지만, 진정성 측면에서 심사위원들의 표가 갈린 것으로 보인다. 
  • ▲ 김홍탁 파울러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프랑스 칸 = 김은미 기자
    ▲ 김홍탁 파울러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프랑스 칸 = 김은미 기자
    올해 SDGs의 4가지 키워드 
    올해 SDGs 라이언즈 출품작과 수상작으로 본 키워드는 4개로 압축된다.
    1. 기술과의 융합 - 우물을 파고 학교를 지어주는 활동이 세상을 돕는 1세대 솔루션이었다면, 이제는 기술을 접목한 크리에이티브 솔루션이 메인이 됐다. 쇼트리스트에 오른 구글(Google)의 'Address the Invisible' 캠페인은 멕시코 빈민가에 집 없이 사는 사람들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것은 물론, 집에 주소를 부여해 모든 사람들이 집 주소를 갖게 하고 이를 기반으로 정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2. 캠페인의 플랫폼 화(化) - 올해 그랑프리를 수상한 르노의 'Cars to Work' 캠페인이나, 돈이 없어 필요한 물품을 제때 구매할 수 없는 멕시코 시골 마을의 주민들에게 신뢰를 바탕으로 외상 구매를 할 수 있게 만든 모바일 플랫폼 'The E-commerce of trust'가 좋은 사례다. DDB Mexico에서 주관한 이 프로젝트는 실버를 수상했다.
    3. 직관적이고 심플한 솔루션 - 올해 골드를 수상한 필사 콜롬비아(Filsa Colombia)의 필터캡(Filter Caps) 캠페인(오길비 콜롬비아(Ogilvy Colombia) 대행)은 식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작은 필터캡 하나로 해결했다. 골드를 획득한 페루의 시멘트 회사 Sol Cement의 'SightWalks' 프로젝트 역시 좋은 사례다. 이 회사는 시각장애인이 쉽게 약국이나 음식점 등을 찾을 수 있도록 지팡이로 읽어 낼 수 있는보도 블록을 만들었다. 이처럼 직관적이면서 심플한 솔루션들이 주류를 이뤘다. 
    4. 파트너십 - 앞서 언급한 DP World의 'The Move to -15' 캠페인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운송 회사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파트너십(지구촌 협력 확대)은 UN이 주창한 SDGs의 17번째 아젠다이기도 하다. 파트너십을 통해 세상의 문제를 더 광범위하게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 ▲ 김홍탁 파울러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프랑스 칸 = 김은미 기자
    ▲ 김홍탁 파울러스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CCO). ©프랑스 칸 = 김은미 기자
    SDGs 라이언즈를 수상하려면
    칸 라이언즈에서 SDGs 라이언즈를 수상하려면 캠페인을 고유의 브랜드로 생각해야 한다. 기업이 브랜드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더 나은 브랜드로 키워나기기 위해 잘못된 점을 계속해서 고쳐가듯이, SDGs 캠페인도 하나의 제품이자 브랜드라고 생각해야 한다. 상을 받기 위한 1회성 캠페인으로는 칸에서 수상할 수 없다. 십수 년간 이어져 온 도브(Dove)의 '리얼 뷰티(Real Beauty)' 캠페인처럼 지속성과 진정성을 갖고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캠페인으로 승부해야 한다.

    올해로 71회를 맞는 칸 라이언즈 2024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구글코리아, 기아 주식회사, 단국대학교, 대홍기획, 디마이너스원, 빅인스퀘어, 스튜디오좋, 앨리스퀘어크리에이티브, 엘리엇, 오스카스튜디오, 이노션, 이노션에스, 제일기획, 주식회사 거스트앤게일, 차이커뮤니케이션, 퍼블리시스 그룹 코리아, 포스트포나인즈,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