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직원 평균 근속연수 17년 5개월… 시중은행 최장금융권 최초 ‘재채용 조건부 퇴직 제도’ 도입근로시간 단축 등 직원 육아부담 줄여 저출생 극복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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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아이를 낳으면 출생장려금 2000만원을 지원하는 은행이 있다. 육아를 위해 퇴직을 선택한 경우에도 별도 채용 과정 없이 퇴직 전 직급으로 복귀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이 시행 중인 파격적인 저출생 대책이다. 직원들의 육아부담을 낮추고 ‘아이키우기 좋은 환경’ 만들기에 힘을 쏟은 결과 시중은행 중에서도 여직원들의 고용안전성이 가장 높은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은행 여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7년 5개월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여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4년 1개월, 하나은행은 15년 6개월, 우리은행은 17년 3개월이었다.

    5년 전인 2018년까지만 해도 국민은행의 여직원 평균 근속연수는 12년 5개월로 시중은행 중 짧은 편에 속했다. 불과 5년 사이 여직원 근속연수가 5년이나 개선된 것이다.

    직원들의 근속연수에는 급여 수준 등 다양한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지만, 여성들의 경우 육아를 고민하다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 3월 만 15∼54세 여성 고용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임신과 출산, 육아, 자녀교육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이 134만9000여명에 달했다.

    반대로 경력단절에 대한 우려는 자녀계획을 망설이게 하는 주된 이유로 꼽히기도 한다.

    국민은행은 저출생 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노사가 힘을 모아 실효성 있는 출생‧육아 제도를 선도적으로 마련하고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지원하고 있다.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해 7월 금융권 최초로 ‘재채용 조건부 퇴직 제도’ 도입에 합의하고 올해 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재채용 조건부 퇴직은 2년의 육아휴직 기간을 모두 사용한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시 3년 후 재채용 기회를 제공해 총 5년의 육아 기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재채용 시 별도 채용 과정 없이 퇴직 전 직급으로 회복돼 급여 감소 등의 불이익도 없다. 

    이밖에 ‘출생장려금’‧‘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노사 합의를 통해 출생장려금을 기존 첫째 8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300만원에서 각각 1000만원, 1500만원, 200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난임 의료비도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늘리고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도 10일에서 20일로 확대했다.

    아울러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요건도 ‘9세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경우에서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로 완화해 이용 가능 대상의 범위를 넓히고 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낮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여성 직원뿐 아니라 남성 직원의 근속년수(18년4개월)도 은행권에서 가장 긴 편”이라면서 “복지도 중요하겠지만 일‧가정 양립을 응원해주는 조직문화가 직원들이 오래 다닐 수 있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