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850대 하락…2008년 1월 이후 최저치 기록일본엔선물 ETF, -6% 수익률 불구 6개월간 개인 149억 순매수日 증시 관련 ETF 수익률↑…엔화 반등 여부 놓곤 전망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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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화 약세가 끝 모르게 이어지는 가운데 향후 엔화 가치 반등에 기대를 거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예상과 달리 엔화가 단기에 강세로 전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858.79원을 기록하며 850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1일에는 853원까지 내리며 2008년 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달러‧엔 환율이 161.9엔까지 치솟아 1986년 이후 38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낸 반면, 달러‧원 환율은 1300원대 후반에 머물러 상대적으로 엔화 약세가 두드러진 결과로 풀이된다.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책금리 인하가 지연된 영향이다. 이와 더불어 일본 또한 통화 완화 정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벌어진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 가치가 환율 방어 저항선으로 여겨지는 달러당 160엔대로 떨어지자 일본 정부는 환율 방어를 위해 지난 4월 26일부터 약 한 달간 9조7885억 엔을 투입했지만, 엔저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엔화 가격이 바닥을 뚫고 내려가면서 엔화 상승을 점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화에 직접 투자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대표적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연초 이후 TIGER 일본엔선물 ETF를 149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해당 상품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6.3%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오히려 개인들은 엔화 반등을 기대하며 해당 상품을 사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슈퍼 엔저' 현장은 지속되고 있지만, 일본 주식시장의 경우 3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활황세를 보이고 있어 일본 주식 종목들로 구성된 ETF, 미국에 상장된 일본 증시 추종 ETF 등에도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ACE 일본TOPIX레버리지(H) ETF는 최근 한 달 수익률이 7.66%로 높다. 이밖에 ▲ACE 일본Nikkei225(H) ETF(5.60%) ▲TIGER 일본반도체FACTSET(3.67%) ▲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Solactive(4.54%) 등도 긍정적인 수익률과 자금 유입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엔화 투자에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최근 원·엔 환율이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지만, 엔화가 단기에 강세로 전환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에서다.

    특히 현재의 엔저 현상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에서 비롯된 만큼 미국이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서야 엔화 가치가 반등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방적인 엔화 약세가 투자자와 정책 당국자에게 고민으로 다가오기 시작할 것이라며 "올해 달러 환산 Nikkei 225의 상승률은 3.5%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 표시자산의 수익성 급감이 고민거리"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정책 당국자들은 1분기까지만 해도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분위기였지만, 2분기 이후에는 수입 물가와 소비자물가의 영구적인 상승 가능성을 걱정하기 시작했다"라며 "여기에 자본유출 가능성까지 얹어진다면 일본은행(BOJ)의 스탠스는 충분히 매파적으로 변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 또한 "다가올 7월 BOJ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거나, 국채 매입 감액 폭이 시장 예상을 웃돌 경우 엔화와 더불어 원화도 강세 전환 기대해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은행이 단기적으로 금리를 급격히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가계의 실질소득이 오르지 않고 있고, 정부의 부채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 자민당 총재 선거까지 앞두고 있어 일본은행은 정책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라며 "결국 엔화 안정을 위해서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 전환이나, 일본 실질임금 개선 확인이 필요하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