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왕청계2·수원당수·군포대야미 등 매각 불발주고객 중견사 자금난…토지리턴제도 효과 無수익커녕 손실 우려…DS네트웍스 455억 손해시행·건설사 외면에 정부 주택공급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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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사서 아파트 올리는 것도 옛말이죠, 남는게 없어요."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시행·건설사들이 택지매입에 소극적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고금리로 토지대금 등 금융비용이 치솟은데다 주택사업 수익성까지 현저하게 줄어든 까닭이다. 수도권 택지마저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정부의 공급활성화 플랜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5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청약플러스에 따르면 지난달 매각공고를 냈던 의왕청계2 공공주택지구 주상복합용지는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없어 유찰됐다.LH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당부지 매각에 나섰지만 신청업체가 나타나지 않았고 지난 3월 선착순 수의계약에서도 업체를 찾지 못했다.결국 지난 5월부터 토지리턴제 조건을 달고 다시 매각공고를 냈지만 유찰을 피할 수 없었다.토지리턴제는 토지를 사들인 건설사가 일정기간내 계약해지를 요청하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조건부 토지판매 방식이다.보통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지만 토지리턴제 경우 위약금 없이 투자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민간기업 진입장벽을 낮췄다.의왕청계2는 수도권 1만가구 규모 공공주택지구에 월곶판교선(2028년 개통) 역세권입지를 갖췄다. 입찰단가는 594억원이다.수도권 역세권입지에 토지리턴제 조건까지 달았음에도 유찰을 거듭한 것은 그만큼 주택시장이 얼어붙었음을 반증한다.의왕외 다른지역에서도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수원당수지구 공동주택용지(C2BL)도 입찰단가 903억원에 매각공고를 냈지만 결국 주인을 찾지 못했다.이곳은 지난해 처음 매각공고를 냈지만 1·2순위 모두 신청업체가 없었다.결국 지난 4월 토지리턴제로 전환해 재공고를 냈지만 결과는 같았다. 현재 용지 수의계약을 위한 상담을 진행중이다.그외 △화성동탄2 블록형 단독주택용지 △군포대야미 공공주택지구 주상복합용지 및 상업시설용지 △서울강남지구 주차장용지 △울산다운2지구 공동주택용지 B-6블록 등이 아직 매각대상 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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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지가 팔리지 않은 것은 주택사업 수익성이 바닥을 치고 있어서다. 특히 주고객이었던 중견건설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면서 택지수요가 급격하게 줄었다.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토지대금과 이자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뛴데다 현 상황에선 토지를 사들여도 착공시기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며 "요즘 같은 분위기라면 수익이 적더라도 단순도급사업을 수주하는 것이 나을 정도"라고 말했다.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자체사업을 하는 건설사든 시행사든 공격적인 토지매입은 리스크가 크다"며 "첫삽도 못뜨고 되려 손실만 입을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우려했다.실제로 파주운정3지구 B3·4블록 사업시행자인 DS네트웍스는 최근 LH로부터 토지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건설경기 불황 탓에 시공사를 찾지 못했고 그 과정에서 토지비용과 금융이자가 연체된 것이다. 결국 DS네트웍스는 계약금 455억원을 포기하고 사업에서 손을 뗐다.공공택지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정부 주택공급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국토교통부는 전날 '주택공급 및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하반기중 2만가구 규모 수도권 신규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신규택지를 늘려 주택공급난 해소를 위한 물꼬를 트겠다는 전략이다.하지만 택지를 공급해도 이를 사들일 시행사나 건설사가 없으면 공급플랜이 시작부터 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수도권 공공택지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기 때문에 수익성 측면에선 민간기업 구미를 당길만한 요소가 적다"면서도 "다만 금리 등 시장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어 공급되는 택지들을 상시 모니터링하고는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