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모든 대출' 대상 DSR 산정 주문"정보수집 목적"… 전세대출 DSR 사전작업 해석2단계 스트레스 DSR 앞두고 주담대 급증"전세 DSR 구체화 시 규제 전 수요 늘어날 수도"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하반기 금리인하 기대감과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대출 억제책에 ‘영끌 대출’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달 들어 나흘 만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가계대출 잔액이 2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대출 급증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규제책 연기가 거론되는 가운데, 당국은 다시 자세를 바꿔 전세자금대출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등 강력한 규제 시그널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락가락하는 정책 시그널이 전세대출 수요자들까지 규제 전 ‘막차타기’ 행렬에 동참하게 할 거란 우려가 나온다. 

    ◇ 전세대출 한도 줄어드나… 당국, DSR 확대 검토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5일부터 국내 은행들을 대상으로 가계부채 현장점검에 나선다. DSR 규제 준수 여부와 연초 세운 목표증가율 내 가계대출 관리 여부 등을 따져볼 계획이다.

    이를 앞두고 지난 4일에는 그동안 DSR 규제에서 제외됐던 전세대출과 정책모기지 등 모든 대출을 포함해 DSR을 산정하라고 은행권에 주문했다.

    차주들의 상환 능력을 더 상세히 파악하기 위한 정보 수집 목적이라는 설명이지만, 금융권에서 DSR 적용 확대를 앞두고 사전 준비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은 앞서 금융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올해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포함됐던 내용이다. 다만 서민들의 주거안정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전세대출 DSR 시행 시기를 구제적으로 언급하지 않아왔다.

    DSR 적용이 확대되면 차주 1명이 받을 수 있는 전체 대출 한도가 줄어들어 전세 수요자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중도금 대출이 있는 차주나 신용대출을 받은 청년은 독립을 위해 전세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전세대출 수요에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면서 “규제를 한다고 하면 전세를 빨리 알아 보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 ⓒ뉴데일리DB.
    ◇ 당국이 키운 ‘막차’ 행렬… 전세대출도 불안불안

    실제로 최근 가계대출은 규제를 앞둔 시점에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5조3415억원 급증하면서 약 3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2단계 스트레스DSR’ 도입이 7월로 예정됐던 상황이라 규제 전 ‘막차’ 수요가 몰렸다는 분석이다.

    당국이 이 규제 시행을 돌연 연기한 이후에는 막차 행렬이 더 거세지고 있다. 이달 들어 4영업일 동안 5대 은행에서 불어난 가계대출 잔액은 2조1835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담대에 비해 증가폭이 크진 않지만 전세대출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5대 은행의 전세대출 잔액은 지난달 24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2년 9월 한 달간 2896억원 늘어난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전세대출 잔액은 2022년 10월 이후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다 지난 5월 638억원 늘며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세대출이 다시 증가하고 있는 배경으로는 월세보다 낮아진 은행 대출금리가 꼽힌다.

    지난 5월 예금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연 3.90%로 전월 대비 0.01%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4.09% 이후 반년째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빅데이터연구소장은 “올해 2분기 들어 금융권 대출 금리가 최저 3%대로 떨어진 반면, 서울 아파트 전월세전환율은 평균 4.7%로 시장금리보다 높다 보니 대출 이자보다 월세 이자가 높은 상황이 됐다”며 “최근 전셋값 상승세와 맞물려 월세 부담도 덩달아 커지다 보니 대출을 받아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월세에서 전세로 갈아타는 세입자가 늘면서 서울 아파트 임대차 가운데 전세계약 비중은 3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아파트트 전세계약 비중은 61.1%로 2021년 2분기(62.2%)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하반기에는 금리인하가 예상되는 만큼 집 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대신 전세로 은행에 이자내기를 선택하는 수요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규제에 대한 우려가 확산 할 경우 기존 계약 갱신 시기를 앞당기는 등 전세대출을 받으려는 발걸음이 빨라질 수 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전세대출 특성상 주담대 만큼 큰 폭의 추세 변화가 일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신용대출이나 생활안정자금을 위한 주담대를 받는 것처럼 시기를 조정하기 쉽지 않은 특징이 있다”면서 “일부 시기를 당기는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수요가 많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