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간 방미 마치고 귀국… 곧바로 업무 복귀경영전략회의 방향성 가시화 전망SK온 살리기, 80조 투자, 매각, 합병설 윤곽 나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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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복귀하면서 그룹 사업재편(리밸런싱)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가운데서도 막대한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는 만큼 최 회장이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란게 대체적인 시각이다.10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달 22일 출국해 주요 빅테크 CEO들과 연쇄 회동을 이어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샘 올트먼 오픈AI CEO를 만난 후 MS, 아마존, 인텔 등 미국을 종횡하며 AI와 반도체 관련 인사들과 접촉했다.SK 관계자는 "장기 출장이었지만, 상당히 바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안다"면서 "계획된 일정 외 현장에서 즉흥적 미팅이 따로 잡히는 등 미국 IT 업계 전반과의 접촉면을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고 했다.시장의 눈은 최 회장의 귀국 후 행보로 쏠리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최 회장이 빠진 지난달 SK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는 이렇다 할 방향성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든 데스(돌연사)'를 언급하며 계열사 CEO를 잇따라 교체하는 등 긴장감을 높였지만, 마땅한 탈출구를 찾지 못한게 아니냐는 의구심만 남겼다는 평이 나온다.재계 관계자는 "결국 총대는 최 회장이 메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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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살리기 결단 내려야그룹 위기감의 발단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SK온에서 시작됐다. 2021년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분할된 SK온은 그동안 20조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하지만 10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누적적자만 2조6000억원에 달한다.흑자전환 시점도 미뤄지며 자금난은 그룹 전체로 전이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조정했다. 모회사의 신용등급 하락은 SK온의 이자부담으로 이어져 외부자금을 가져다 쓰는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배터리 사업에 7조5000억원 등 9조5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영업이익상 조달 가능한 규모는 3조5000억원 수준"이라며 "6조원 규모의 외부 자금조달이 또다시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이런 상황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SK온과 SK엔무브 합병 등 다양한 리밸런싱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감지되진 않는다. 유력하게 제기된 SK이노베이션 합병설의 경우 SK E&S와의 합병 비율에 따라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구조다.향후 사정이 나아질지도 불투명하다. 전기차 캐즘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고, 미국 대통령 선거와 정책 변화 가능성 등 정치적 변수도 있다. SK온이 홀로서기에 성공하더라도 SK하이닉스처럼 막대한 수익으로 보답하지 못 할 수도 있다. 저가 공세를 시작한 중국의 물량 밀어내기가 그만큼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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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반도체 80조 투자 '고삐'SK그룹은 지난해 10조원 적자를 기록한 세전이익이 올해는 흑자로 전환해 22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2026년 세전이익 목표는 40조원 대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마련,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공격적인 투자는 SK하이닉스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향후 5년 간 총 103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 HBM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가 그룹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으면서 컨트롤타워인 수펙스추구협의회에는 반도체위원회가 신설됐다. 위원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다.막대한 투자자금 마련을 위한 과감한 사업 매각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 모기업인 SK스퀘어가 주도할 영역이다. 투자전문 중간지주사인 SK스퀘어의 23개 자회사 가운데 18개 회사는 지난해 적자를 냈다. SK스퀘어 역시 지난해 2조3397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봤다.하지만 매각대상으로 거론되는 자회사의 가치를 얼마나 인정받을지는 SK그룹 역량에 달렸다. 11번가, 콘텐츠웨이브, 티맵모빌리티 등 투자자들의 주목도가 높지 않은 산업 분야가 많아 정리 작업이 쉽지 않을 것으로 시장은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