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SK·현대차, 지분 투자구광모·이재용 등 오너들도 관심한화·두산도 참전… 개발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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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를 넘어 피지컬 AI 시대가 개화하면서 재계도 앞다퉈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4대 그룹을 비롯해 한화, 두산 등 여타 기업도 로봇 사업을 다각화하는 모습이다. 가전, 반도체, 전기차 불황에 고충을 겪고 있는 재계는 100조원 규모의 로봇 시장을 선점해 새 수익원을 찾겠단 목표다.2일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332억 달러에서 2026년 741억 달러(약 109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일찌감치 재벌 총수들은 로봇을 신사업으로 낙점 하며 관심을 보였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은 미국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을 비롯해 국내외 현안을 직접 살피며 애정을 드러낼 정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또한 2021년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할 당시 15%를 출자하며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한 바 있다.특히 미국 빅테크인 엔비디아가 내년 상반기 휴머노이드 로봇 ‘젯슨 토르’를 출시하기 위해 조단위 투자를 단행하는 등 로봇 시장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는 추세다. 생성형 AI가 아닌 AI에 로봇 기술을 적용해 사람을 대신하는 피지컬 AI 시대가 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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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재계는 국내외 유수 로봇 기업을 인수합병(M&A), 지분 투자 하는 방식으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LG전자는 지난 2017년 로보티즈, 엔젤로보틱스 등에 지분을 투자하며 일찌감치 로봇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LG전자는 로봇 소프트웨어 기업 베어로보틱스 인수 등에 나섰고, 베어로보틱스·로보스타 최대 주주, 로보티즈와 엔젤로보틱스의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했다.뒤이어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 2족 보행 로봇인 휴보를 보유한 레인보우로보틱스에 투자했다. 삼성전자는 2023년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처음으로 사들인 뒤 잇따라 추가 투자,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콜옵션을 행사해 최대 주주로 올라서는 한편, 대표이사 직속의 미래 로봇 추진단을 신설해 원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현대차는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를 1조원에 인수한 뒤 로봇개 ‘스팟’을 활용한 사업을 전개 중이다. SK 그룹 또한 2024년 5월 유일로보틱스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로봇 기술력 확보에 뛰어들었다. SK는 해외 생산 공정에 로봇 기술을 도입해 생산성을 확보하는 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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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현대차 등 일부는 상업용 로봇 시장을 선점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LG전자는 2017년 인천국제공항 안내 로봇을 시작으로 ‘LG 클로이’ 브랜드 내에서 서빙 로봇, 배송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으며 구글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탑재하며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LG 클로이’ 구독 서비스도 시작하며 B2B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 중이다.현대차는 지난해 현대건설 등과 협업을 맺고 로봇 배송 서비스 실증 사업을 시작하는 등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는 한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상용화에도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AI 가정용 로봇인 ‘볼리’를 CES2024 전시회에서 첫 선보인 뒤 출시를 준비 중이다.여타 기업도 로봇 사업 육성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부회장이 직접 로봇 사업을 이끌고 있으며 두산 또한 오너가 4세인 박인원 사장이 두산로보틱스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협동로봇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현재 글로벌 시장 점유율 4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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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새해부터는 로봇 관련 규제도 완화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로봇 산업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생활 물류법 시행령 개정으로 새해부터 택배 서비스 사업과 소화물 배송 대행 사업에서 실외 이동 로봇, 드론을 이용할 수 있다. 실외 이동 로봇을 이용할 경우 지능형 로봇법에 따른 운행 안전 인증을 받고, 드론의 경우 항공 사업법에 의거한 초경량 비행 장치 사용 사업에 등록하는 등 세부적인 요건을 갖추면 된다.LG전자의 투자를 받은 로보티즈는 이미 지난해 실외 이동 로봇 운행 안전 인증을 국내 최초로 획득하고, 다양한 시범 서비스에 투입된 상태다. 시장 전망도 밝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332억달러(약 44조원)에서 2026년 약 741억달러(약 98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로봇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로봇 시장에서 이미 AI, 휴머노이드 개발 경쟁은 고도화 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투자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조짐”이라며 “협동로봇, 서비스로봇, 물류로봇 등 실생활에 적용 가능한 로봇으로 시작해 궁극적으로 피지컬 AI로 불리는 휴머노이드까지 국내 로봇 시장은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