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없이 부회장 신년사만대내외 불확실성, 반도체 위기까지등기이사 복귀해 경영 리더십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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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올해도 따로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조용하게 새해를 맞았다. 올해 회장 취임 4년차를 맞은 이 회장 앞에 놓인 경영 현실은 어느 때보다 냉혹하지만 사법리스크 등으로 아직은 전면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2일 삼성전자는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과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 공동명의로 임직원들에 '2025 신년사'를 전했다. 대외 여건을 고려해 시무식을 생략하고 사내 메일을 통해 새해 메시지를 전달했다.일각에서 제기됐던 이재용 회장의 신년 메시지도 없었다. 이 회장은 지난 2022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한 해도 공식 신년 메시지를 낸 적이 없다. 올해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반도체 사업 경쟁이 심화되며 삼성에 복합 위기가 찾아왔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 이 회장이 직접 등판할 가능성이 점쳐졌지만 여전히 침묵을 유지했다.대신 한 부회장과 전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기반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자고 임직원을 독려했다.신년사에서 "지금은 AI(인공지능) 기술 변곡점을 맞이해 기존 성공 방식을 초월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도화된 인텔리전스를 통해 올해는 확실한 디바이스 AI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고 말했다.두 부회장이 언급한 것처럼 글로벌 패러다임이 AI로 빠르게 변하는 가운데 삼성이 이 같은 변화에 주도권을 놓쳤다는 냉혹한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 회장 취임 2주년만에 삼성이 최대 위기를 맞이한 셈이다.이런 상황 탓에 지난해에도 이 회장이 새로운 경영 메시지를 전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때마다 불발에 그쳤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25일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기일과 27일 회장 취임 2주년이 있었고 이어 11월 1일에는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이라 이 회장이 별도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예상에 힘이 실렸다.더구나 직전에 삼성전자가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사업 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이라 이 회장의 리더십이 절실했다. 지난해 3분기 실적 악화로 반도체 수장을 맡은 전 부회장이 이례적으로 반성문까지 공개했을 정도다.여기에 최근 윤석열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된 정치 마비 상황으로 예상 밖의 리스크가 부상했고 대외적으론 미국 트럼프 정부 2기가 들어설 채비에 나서는 등 올해는 더 험난한 경영 환경이 예고된다. 삼성이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D램 사업에서 중국의 거센 추격을 받는 동시에 미국 핵심 고객사들을 유치해야 한다는 과제도 더 막중하다.그만큼 삼성의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하다는 게 더 크게 와닿는 시점이라는 평가다. 이 회장의 경영 메시지에 삼성 내부는 물론이고 재계 안팎에서 관심을 쏟는 이유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하지만 이 회장이 선뜻 경영 일선에 다시 나서지 못하는 배경도 공감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이 회장이 아직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털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강력한 이유로 꼽힌다.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도 여러차례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를 삼성의 책임경영을 위한 최우선순위라고 언급한 바 있다.이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재용 회장이 등기이사에 올라 책임경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며 "(책임경영의) 전제로서 빨리 사법리스크가 해소되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이 위원장을 비롯한 재계 안팎에선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로 9년째 이어지는 경영 공백이 삼성전자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보는 분위기다. 이 사이 국내외 경제 상황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지고 있고 사상 첫 삼성 노동조합이 설립됐으며, 구성원들의 자부심과 자신감이 약화되면서 핵심 기술들이 유출되고 인재를 영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등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이처럼 이 회장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사법리스크에 갇혀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올해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등기임원에 복귀하는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된 경영 메시지 조차 제시하지 못하는 현실 속에 올해도 삼성이 더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 상황에 고군분투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