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분원 설립 제동…'의료계 길들이기' 시각도병원예정지 인근 집값 불똥…병세권 오히려 "독됐다"위례신도시송파푸르지오 106㎡ 직전거래比 2.7억↓배곧 '10억클럽' 현재 5억~6억원대…"가격조정 단계"
  • ▲ 위례신도시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 위례신도시 전경. 사진=박정환 기자
    정부와 의사간 기싸움 불똥이 부동산시장으로 튀고 있다. 병상 과잉공급 억제라는 명목아래 정부가 대학병원 분원 설립에 제동을 걸면서 주변 부동산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집값을 떠받쳤던 '병세권(대형병원 인접지역)' 프리미엄이 사라질 경우 가격이 정체되거나 오히려 떨어질 수 있어 집주인들은 속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는 병상수가 과잉공급됐다고 판단되는 지방자치단체에 2027년까지 병원수를 늘리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번 조치를 두고 정부는 환자의 과도한 수도권 쏠림과 지방의료 붕괴를 막겠다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의료계 길들이기'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

    의료공백이 5개월째 지속중인 상황에서 병원들의 병상 확장과 수입원 확대를 견제함으로써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게 일부 업계관계자들 분석이다.

    대학병원 분원 설립을 제한한 병상관리정책은 수도권 부동산시장에도 적잖은 파급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거주지 주변 대학병원급 의료시설 존재여부는 집값을 결정짓는 핵심요소중 하나인 까닭이다.

    이번에 공급제한 및 조정지역으로 지목된 곳엔 △시흥시(서울대병원) △김포시(인하대병원) △서울 송파구(위례신도시, 길병원) 등이 포함됐다.

    이들 지역 공통점은 병원설립이 이미 가시화됐지만 공사비 인상과 인허가 지연 등으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병상 공급제한 및 조정지역에 포함되면서 사업이 연기되거나 아예 무산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례로 위례신도시내 4만4004㎡ 규모로 추진됐던 의료복합타운 조성사업은 길병원·미래에셋컨소시엄이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용지매입 중도금을 내지 못해 사실상 무산됐다.
  • ▲ 서울아산병원에 붙은 휴진안내문. ⓒ연합뉴스
    ▲ 서울아산병원에 붙은 휴진안내문. ⓒ연합뉴스
    병원설립이 지연되면서 인근 집값도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 병세권 프리미엄이 오히려 악재가 된 셈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의료복합타운 예정지 인근에 위치한 송파구 거여동 '거여1단지' 전용 49㎡은 지난달 18일 직전거래보다 2200만원 빠진 7억6500만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해당면적은 2021년 8월 10억원에 거래되며 '10억클럽' 가입에 성공했지만 현재 시세는 7억원 중후반대에 머물러있다.

    송파구 장지동 '위례신도시송파푸르지오' 전용 106㎡도 지난달 3일 직전거래보다 2억7000만원 낮은 16억90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의료복합타운 무산은 이미 연초부터 공공연하게 알려졌던 사실이라 집값에 대부분 선반영됐다"며 "병원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해서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문제는 가격이 오를 요인도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하대병원 분원 설립이 기대됐던 김포시 풍무동 일대도 시장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한화유로메트로1차' 전용 84㎡는 지난 8일 직전거래보다 2300만원 낮은 4억77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 2월 4억8000만원에 거래됐던 해당면적 매물은 지난달 5억원대를 간신히 회복했지만 한달만에 다시 4억원대로 떨어졌다.

    배곧서울대병원 설립이 지연되고 있는 시흥시 배곧신도시 상황도 비슷하다.

    배곧동 '한라비발디캠퍼스2차' 전용 69㎡는 지난 10일 직전거래대비 1400만원 빠진 4억6000만원에 팔렸다. 연초 거래가인 4억6500만원과 비교해봐도 가격이 오르지 못하고 오히려 떨어졌다.

    같은지역 '시흥배곧C2호반써밋플레이스' 전용 84㎡는 지난달 4일 직전거래대비 3500만원 떨어진 5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면적 매물도 2021년 거래가격이 10억원을 찍었지만 현재 시세는 5억원 후반~6억원 초반대에 머물러있다.

    인근 C공인 관계자는 "집값에 빠졌다기보다는 가파르게 올랐던 가격이 조정되는 것"이라며 "특별한 호재요인이 없어 매수문의는 많지 않고 집주인들도 일단 버텨보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