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4기 우선협상자 선정UAE 수주 이후 15년만 … '원전 부흥기' 기대 커져글로벌 원전 수출 경쟁서 우위 … 추가수주 가능성
  • ▲ 2021년 12월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에서 원자력 공약 발표하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연합
    ▲ 2021년 12월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에서 원자력 공약 발표하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선거 후보.ⓒ연합
    우리나라가 24조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 건설사업을 수주했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성과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은 멈추고, 공사가 중단되며 생태계가 고사 직전까지 갔던 국내 원전 업계가 새로운 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수주를 계기로 양질의 수출일감이 대량 공급되며 국내 원전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정부에 따르면 체코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최대 4기의 원전을 짓는 신규 프로젝트 우선협상대상자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선정됐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것은 최종 계약 체결에 대한 단독 협상 지위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사실상 원전 계약을 수주했다고 평가한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시공이나 유지 보수 사업을 수주한 적은 있지만 원전 노형(모델)부터 건설, 시운전까지 전체를 수주하기는 UAE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은 두코바니(5·6호기), 테믈린(3·4호기) 지역에 각 1000㎿(메가와트)급 원전 2기씩 짓는 사업이다. 체코 정부는 우선 두코바니에 2기 건설을 확정하고 한수원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것이다. 향후 테믈린 지역 2기 원전을 추가 건설할 경우 한수원에 우선 협상권이 부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규모는 2기 기준 24조원대로 추산된다. 최종 계약은 2025년 3월 체결될 예정이며, 2029년 건설에 착수해 2036년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이번 수주전에는 한수원을 필두로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팀코리아'를 꾸리고 입찰에 참여해 프랑스전력공사(EDF)와 양자 대결을 펼쳤다.

    정부는 체코 신규 원전 수주를 위해 수년간 공을 들였다. 한수원은 2016년 체코의 신규 원전 수요를 확인하고 관련 담당 부서를 신설했다. 2018년 9월에는 한전기술·한전KPS·두산에너빌리티 등으로 구성한 입찰 전담조직 팀코리아를 꾸려 수주를 준비해왔다.

    이번 결과는 치열한 외교전의 성과라는 평도 있다. 지난 8일 나토 75주년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 순방길에 오른 윤석열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 직접 체코 대통령을 만나 한국 원전 기술력의 우수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추가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인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 정상과도 잇따라 만나는 등 세일즈 외교를 벌인 바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원전 수주 관련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22년 6월 체코 총리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유엔 총회, 나토에서 기회가 있을때마다 원전을 위해 세일즈를 했다"며 "지난주에도 체코 대통령과 미국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하는 등 우리 기업의 우수성과 두 나라가 함께 짓는 원전 협력 비전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체코 원전 수주로 원전 기자재와 시공업체에 대한 일감 공급 등 원전 부흥기를 맞을 것으로 봤다. 처음으로 유럽 무대에서 우수성을 인정받는 것으로 글로벌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우위를 선점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예정된 유럽 시장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 ▲ 체코 두코바니원전. ⓒ체코전력공사
    ▲ 체코 두코바니원전. ⓒ체코전력공사

    우리 원전 수출 역사는 2009년을 끝으로 15년간 잠잠했다. 문 대통령 재임 시절 탈원전 기조로 수출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이유다.

    문 대통령은 취임 당시 2060년까지 탈원전을 추진하고, 원전에 의존한 전력생산에서 완전히 벗어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원전 산업은 고사 위기까지 내몰렸다. 고급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신기술 확보는 요원해졌다.

    2017년 고리 1호기의 영구 정지를 시작으로 신한울 3·4호기의 건설이 중단됐고 2018년에는 월성 1호기가 조기 폐쇄됐다. 2019~2020년에는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이 정지되는 등 원전의 비중이 줄었다.

    이로 인해 원자력 이용 감소에 따른 피해액도 상당했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지난해 5월 발표한 탈원전 정책의 비용 평가에 따르면 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2017~2030년의 피해액이 총 47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2017~2022년 기간 원전용량 감소에 의해 14조7000억원, 이용률 저하로 8조2000억원의 비용이 발생했으며, 2023~2030년에는 원전용량 감소로 19조2000억원, 계속운전 지연으로 5조3000억원의 비용이 발생된다고 봤다.

    하지만 2022년 5월 출범한 윤 정부는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초 민생토론회에서도 '민생을 살찌우기 위해서라도 원전 산업은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부는 2022년 폴란드와도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본계약은 내년에 체결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UAE, 네덜란드, 영국, 튀르기예 등 국가에서도 추가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이후 원전 생태계가 복원되고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유럽 진출 교두보를 놓은 만큼 원전 산업은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전 수주로 양질의 일감이 대량으로 공급되고 그간의 회복세보다 훨씬 큰 규모로 성장하면서 원전 최강국의 면모를 되찾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