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 방점은 배터리+건설 살리기미래 대비는 반도체·친환경SK이노+E&S 합병 시동, SK 에코플랜트 IPO 대비최창원 "이름도 모른다… '통제 범위'로 대폭 줄여야"삼성 63개, 현대차 70개 수준이 잣대
  • SK그룹의 리밸런싱(사업재편)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시장의 관심은 다음 개편 대상으로 쏠리고 있다. 리밸린싱 시작이 자금 압박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에 있었던 만큼 불필요한 계열사의 합병과 매각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SK㈜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와 에센코어를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하는 안건을 논의한다. 에센코어는 SK하이닉스로부터 D램 등을 공급받아 SD카드와 USB 등을 만드는 회사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반도체 공정에 사용하는 산업용 가스를 생산한다.

    SK그룹은 전날 SK이노베이션과 SK E&S를 합병을 결정했다. 합병을 위해서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자산 총액 106조원 규모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할 전망이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온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의 합병안도 통과됐다.

    이번 합병을 관통하는 의미는 SK온과 SK에코플랜트 살리기다. 배터리 후발 주자인 SK온은 전기차 캐즘 현상에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SK에코플랜트는 친환경 사업에서 실적을 내지 못하면서 고전했다. 이 과정에서 유입된 재무적투자자(FI)들의 압박이 강해졌고, 알짜 자회사를 붙여 버텨내겠다는 전략이 깔렸다.

    다음 과제는 홀로서기에 성공한 SK온과 SK에코플랜트의 기업공개(IPO)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합병만으로는 재무구조가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추가 합병이 이뤄질 수도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배터리 사업에 7조5000억원 등 9조5000억원의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영업이익상 조달 가능한 규모는 3조5000억원 수준"이라며 "6조원 규모의 외부 자금조달이 또다시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 ▲ SK서린빌딩ⓒ뉴데일리DB
    ▲ SK서린빌딩ⓒ뉴데일리DB
    굵직한 합병안을 통과시킨 만큼 219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관리 가능한 범위'로 줄이는 정리작업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말 경영전략회의에서 "그린·화학·바이오 산업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최창원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이름도 모르는 계열사들이 이렇게 많은 건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따르면 2020~2023년까지 SK그룹은 주요 계사를 중심으로 17조원 이상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신규 사업의 투자 성과는 부진한 상황이어서 대규모 계열사 정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계열사를 절반 이하로 대폭 줄일 것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당장 분리막 업체 SKIET 지분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고, 11번가와 콘텐츠웨이브 등 매각 대상 기업들이 줄줄이 쏟아진다. 대표적으로 SK그룹의 투자전문중간지주사 SK스퀘어 산하에는 23개 자회사가 있는데, SK하이닉스와 티맵모빌리티를 제외한 전체가 매각 대상에 올라있다. SK그룹은 SK스퀘어에 한명진 투자지원센터장을 신임 대표로 내정하고 반도체 투자를 제1과제로 부여했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인수합병으로 성장한 만큼 계열사가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지만, 지난 몇년간 폭발적인 투자로 지나치게 늘어난 것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60~70개 수준인 삼성 등 4대 그룹 수준으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