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감위-7개사 대표 회동3기 출범후 첫 상견례… 회비 납부 여부 "다시 논의"삼성 결정 따라 SK, 현대차, LG 뒤따를 듯
  • ▲ 한국경제인협회ⓒ연합뉴스
    ▲ 한국경제인협회ⓒ연합뉴스
    삼성전자 준법감시위원회가 한국경제인협회(옛 전경련, 한경협) 회비 납부 여부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 위원장은 22일 오전 삼성서초사옥에서 열린 3기 준감위 정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회의에 한경협 회비 관련 안건이 정식으로 올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한경협이 과연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인적 쇄신이 됐는지에 대해 위원들의 근본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 그룹은 지난해 가입돼 있던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경협에 흡수통합되는 과정에서 한경협 회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아직 회비를 납부하지 않아 온전한 합류로 평가되진 않는다. 삼성의 경우 준감위가 지난해 발표한 '한경협 가입 권고안'에 따라 회비 납부 전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한경협은 지난 4월 4대 그룹에 35억원의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알려진다. 회비 규모는 과거 전경련 시절에 비해 대폭 줄어든 수준이다. 2015년 전경련 회비 500억원 중 60% 이상이 4대 그룹이 부담했는데 삼성이 낸 돈만 100억원이 넘었다.

    이 위원장은 "전경련에서 한경협으로 변한 이유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였는데 지금 상황이 인적 구성이나 물적 구성에 있어 정경유착의 고리가 끊겼는지에 대해 근본적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한경협 스스로가 한 번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며 "또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지, 시스템적으로 그게 가능한지를 검토해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준감위 회의에서 회비 납부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준감위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4대 그룹의 한경협 가입 여부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삼성이 합류를 결정하면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도 뒤따를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정농단이란 트라우마도 작용한 게 사실이지만, 한경협의 역할 자체에 의문을 가지는 분위기가 있다"며 "블록화되는 국제 경제 정세 속에서 경쟁력 있는 전략 제시로 과거의 리더십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삼성 준감위는 이날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오세철 삼성물산 사장, 최윤호 삼성SDI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황성우 삼성SDS 사장, 홍원학 삼성생명 사장, 이문화 삼성화재 사장 등 7개 관계사 최고경영진과의 간담회도 마련됐다. 준감위과 최고경영진과의 만남은 올해 2월 준감위 3기 출범 후 처음이다.

    준감위는 조만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만날 예정이다. 내달 중 만남이 성사된다면 지난 2022년 10월 12일 이후 1년 10개월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