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리비안-노스볼트 내재화 '스톱'미국의 對中 견제는 더욱 공고화 K-배터리, 캐즘 버티면 美 시장 장악할 수도
  • ▲ LG에너지솔루션ⓒ김병욱 기자
    ▲ LG에너지솔루션ⓒ김병욱 기자
    K-배터리가 캐즘을 극복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독과점'을 노려볼 수 있다는 희망섞인 분석이 나온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되면서 시장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對中 견제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들은 최근 배터리 내재화를 속속 포기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세계 전기차 1위인 테슬라는 사이버트럭에 탑재하는 4680 배터리를 자체 생산하고 있는데, 수율에 문제를 겪고 있다. 올해 안에 획기적 개선이 없다면 자체 생산 계획을 포기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K-배터리의 '맏형'인 LG에너지솔루션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가 고전하고 있는 4680 배터리를 이르면 내달부터 오창 공장에서 양산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테슬라의 의존도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가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은 최근 배터리 내재화를 아예 포기했다. 리비안은 미국 조지아주에 2025년 가동을 목표로 100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었는데, 장비 구매 계약을 해지하고 이미 구매한 장비를 되파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배터리 진입 장벽에 막힌 모양새다.

    유럽을 대표하는 배터리 스타트업 노스볼트도 배터리 양산에 고전하며 고객사를 삼성SDI 내주고 있다. 노스볼트는 최근 고객사 BMW로부터 20억달러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취소당했다. 해당 계약은 BMW의 배터리 공급사인 삼성SDI에게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바겐은 최근 TF를 구성해 노스볼트의 배터리 납품 역량 점검에 들어가는 등 재검토에 나섰다.

    외부 상황도 우호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밀라 해리스 현 부통령이 대결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두 후보 모두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장벽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전기차 속도조절이 예상되지만 그만큼 중국산 전기차 및 배터리에 대한 관세 장벽이도 높아져 장기적으로 K-배터리가 미국 시장을 독식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해리스 당선 시 중국산 관세 장벽이 현 수준으로 지속되고, 전기차 전환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돼 K-배터리에 반전의 기회가 도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일부 배터리 공장 건설의 속도를 조절하면서 캐즘 버티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배터리 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파나소닉, CATL, BYD 등 상위 6개 업체로 재편될 것"이라며 "신규 업체들의 설 자리는 계속해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대규모 캐파, 원가경쟁력, R&D 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신규 업체들은 배터리 생태계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