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폭스바겐 추월 전망전기차-하이브리드 '탄탄'SK하이닉스, 인텔 추격 가시권HBM 견조… 격차 9억달러로 좁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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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와 SK하이닉스의 존재감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종합반도체와 자동차 부문에서 각각 글로벌 2위 자리를 지켜오던 인텔과 폭스바겐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제적 대응에 나선 현대차와 SK하이닉스는 조만간 이들 기업을 추월해 글로벌 2위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4일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2위 자동차업체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경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독일 내 공장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독일 내 공장 6곳 가운데 최소한 완성차 공장과 부품 공장을 각각 1곳씩 폐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1994년부터 유지해온 고용안정 협약도 종료할 예정인데, 독일 언론은 총 직원 30만명 가운데 약 2만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폭스바겐의 이번 구조조정은 수년 동안 이어진 경쟁력 저하와 경기침체에 따른 자동차 수요 둔화, 전기차 수요 대응 실패 등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특히 폭스바겐을 필두로 한 유럽 자동차업체들은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기차보다는 내연기관 차량에 집중해왔다. 뒤늦게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의 저가 전기차에 밀려 자리를 잃었다. 중국업체들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BYD는 올해 상반기 매출 3011억3000만위안(약 56조458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수준이다. 상반 차량 판매량은 161만대로 전년대비 28.4% 증가했다. 이 중 순수 전기차는 73만대로 17.7% 증가했고 하이브리드 차량은 88만대로 39.5% 증가했다. 수출량은 20만3000대로 173.8% 증가했다.‘인텔 인사이드’라는 슬로건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았던 인텔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경영 실패가 누적되고 기술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주력 사업 경쟁력이 악화한 탓이다. 인텔은 지난 2분기 128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월가 전망치인 129억 4000만달러를 하회했다. 영업손실은 2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7%나 늘었다. 간신히 반도체 기업 순위 4위는 유지했지만, 인공지능(AI) 시대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적자가 확대됐다.이에 인텔은 지난달 초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전체 직원의 15%인 1만5000명 감원, 연간 자본 지출 20% 감축, 4분기 배당 미지급 등을 통해 100억 달러 규모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선언했다.이달 중순께 열릴 이사회에서는 사업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인텔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프로그래밍 칩 사업부 ‘알테라’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매각, 신규 프로젝트 투자 중단 등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글로벌 경기침체와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중국기업들의 추격 등 외생 변수에 글로벌 순위가 요동치면서 국내 기업들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기아와 SK하이닉스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결과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글로벌 완성차 기업 2위 폭스바겐의 구조조정은 현대차·기아의 2위 도약 기회가 될 전망이다. 다양한 전기차 모델과 하이브리드카 모델을 바탕으로 폭스바겐의 수요 흡수가 가능해서다. 현대차·기아의 올 상반기 글로벌 판매량은 361만5915대다. 1위인 도요타그룹 516만2442대와 비교하면 격차가 크지만 2위 폭스바겐그룹 434만8000대와 비교하면 73만대 차이에 불과하다.특히 현대차·기아는 차세대 모빌리티인 전기차를 중심으로 선진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받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전통의 강호들을 따돌리고 올해 1~7월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 벽을 뚫었다.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 이후 미국, 유럽 등으로 타깃을 바꾼 전략이 유효했다. 친환경차 전환이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인 데다 4분기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 만큼 폭스바겐 공장 폐쇄의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인텔은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SK하이닉스에 순위를 내줄 확률이 높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필수재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의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실적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2분기 SK하이닉스는 매출 119억달러를 기록, 인텔과의 차이는 고작 9억달러에 불과했다.인텔의 상황은 하반기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3분기 영업적자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도 “하반기 추세는 우리가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힘들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경우 3분기 HBM3E 12단 제품 양산을 시작해 4분기부터 고객사에 공급을 시작하는 등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한 실적 개선세가 예상된다.재계 관계자는 “폭스바겐과 인텔의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기업들의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오히려 1위 기업의 점유율을 올려줄 기회로 작용할 수 있어 국내기업들의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신제품 출신 등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