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주차 … 전날 교섭도 평행선勞 "3주 지나면 파업효과 드러날 것"使, 설득 진땀 … 29~31일 집중교섭 분수령장기화시 구형 반도체 부담 불가피
  • 지난 8일 시작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총파업이 3주차에 접어들면서 노사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자율 파업에서 강제 파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도 나오는 등 감정의 골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사측과 전삼노는 전날 8시간 넘게 협상에 나섰지만, 임금교섭안 타결에 실패했다. 전삼노는 교섭 직후 유튜브를 통해 "노사 간 입장 차로 인해 결과 도출이 없었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파업 시작 3주가 되는 오는 29일까지 사측에 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그로부터 3일간 집중 교섭하겠다는 방침이다. 집행부는 "29일까지 사측이 새로운 대안을 가져오지 않으면 더이상 교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총파업 수위를 더 높여 진행하겠다"고 했다.

    사측은 지난달 말 중앙노동위원회 3차 사후 조정회의에서 평균 임금인상률 5.1%를 제시한 상태다. 하지만 전삼노는 평균 임금인상률 5.6%와 노조 창립휴가 1일 보장, 성과금 제도 개선, 파업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2일 용인 삼성기흥캠퍼스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22일 용인 삼성기흥캠퍼스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있다ⓒ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노조측은 교섭 재개 시점을 29일로 잡은 것에 대해 "예고한대로 3주가 지나면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이 드러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일부 공정은 비상체제 운영 여파에 생산량이 주말 혹은 명절 수준으로 떨어졌고, 품질 개선관리 단계를 뛰어넘어 불량품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노조측은 주장한다.

    전삼노는 25일 삼성 온양캠퍼스 등 주요 사업장을 순회하며 파업 참여를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사측은 파업 철회와 협상안 타결이 시급하지만, 협상 여력이 크지 않은 형편이다. 노조 조합원만 높은 임금인상률을 적용하는건 형평성에 맞지 않는데다, 파업 참여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은 임금협상안과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전삼노가 주장하는 노조 설립일 휴가를 보장하는 문제도 5개 노조가 활동 중인 삼성전자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다.

    협상이 길어지면서 노조측에서 강경 목소리가 힘을 얻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전삼노 관계자는 "협상 테이블에 사측이 아무런 교섭안도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하는 조합원들이 있다"면서 "3만5000명 조합원 전체 총궐기를 주장하는 여론도 있다"고 했다.

    사측은 당장 생산차질은 없다고 설명하지만, 파업이 장가화될수록 상대적으로 손이 많이 가는 레거시(구형) 반도체 라인을 중심으로 부담이 누적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가동체제여서 잠시라도 멈추면 재가동하는데 많은 시간과 인력, 비용이 들게 된다.

    노조측 주장대로 품질관리가 어려워지면 불량 및 수율 문제로 이어져 고객사로부터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 세계적인 반도체 경쟁 속에서 결정적 시기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전삼노가 이번 파업을 계기로 조합원 수가 3만5000명에 달하는 등 위세를 크게 키웠다"면서 "이는 국내 최대 노조인 현대차 4만7000명의 2/3 수준을 넘어서는 규모로 삼성전자에 노조 리스크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