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대출’ 예금담보대출‧보험청약대출‧카드론 이용액 급증고물가‧고금리‧경기침체에 서민 생계비 대출 이용 늘어기재부‧한은 “물가 안정, 경기 회복 中”… 서민 체감과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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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들의 대표적인 경기 ‘불황형 대출’인 예금담보대출, 보험계약대출, 카드론 등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고금리, 고물가 상황이 길어지면서 서민들의 살림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불황형 대출은 확실한 담보를 근거로 실행되면서도 대출 금리가 은행권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출 저항'이 적지만 높은 금리 때문에 돈줄이 마르지 않으면 굳이 찾지 않는 상품들이다.   

    반면 정부는 물가의 안정 흐름 등을 근거로 경기회복이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어서 서민 체감경기와 괴리감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KB·신한·하나·우리) 시중은행의 예금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6월 기준 4조7831억원으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0.5%였던 2021년 6월 말(2조2413억원)보다 대출액이 25% 늘었다. 

    예금담보대출은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증가하는 특성이 있으며, 청약저축담보대출 등이 포함된다. 

    4대 시중은행의 청약저축담보대출 잔액도 지난 6월 말 기준 3조1714억원으로 지난 4년간 꾸준히 증가추세다. 

    지난 2021년(2조2413억원)과 비교하면 대출액이 41%나 늘었다. 청약저축담보대출의 평균 대출액은 270만원 규모로 소액이다. 소액 대출 창구로 주요 이용되는 만큼 급전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을 받지 않는 보험사 약관대출도 급증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생보사의 약관대출 잔액은 52조3600억원으로 1년 새 1.89% 늘었다. 기준금리가 1.5%에 불과했던 2022년 4월(47조3259억원)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0.63%나 뛰었다. 

    보험약관대출은 본인이 가입한 보험의 해지환급금 50~95% 내에서 별도 심사나 신용 점수에 상관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중도상환수수료도 없다. 이 때문에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사람들이 부족한 생활비를 메꾸는 용도로 대부분 이용된다. 

    서민들의 또 다른 급전창구인 카드론 잔액도 40조원을 돌파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9개(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NH농협)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0조605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1년전(37조6171억원)과 비교하면 7.95%(2조9889억원) 불어났다. 

    카드론은 별도 심사 없이 연 14%대 중반 수준의 금리로 36개월까지 대출이 가능해 은행과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에서 대출이 어려워질 때 늘어나는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이처럼 서민들이 급전 창구로 몰리고 있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은 은행의 가계대출 확대를 압박하고 있어 한동안 불황형 대출 수요가 증가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을 무조건 옥죄는 정책 당국을 지적하는 한편, 서민 실수요 자금에 대한 규제 완화와 고물가 억제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은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면서 주택금융(주택담보대출, 전세담보대출) 대출은 비교적 느슨하게 하는 반면 실수요자들을 위한 급전 대출 등 가계신용 대출은 빡빡하게 관리하고 있다”면서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고금리,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부담만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수요 자금 등 가계신용 대한 대출규제를 완화해 소비자가 잘 갚아나갈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은 물가가 안정됐다고 하면서 지난해부터 3.5%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데 인플레이션을 잡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22일 열린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정부는 이제 물가 안정되고 경기 회복 흐름 확대되고 있다고 자평하지만 가계대출 연체율로 본 서민의 벼랑 끝 위기는 더 극심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후 기자회견에서 “현 상황은 물가가 안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7월호에서도 "최근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제조업·수출 호조세에 내수 회복 조짐이 가세하며 경기 회복 흐름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