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감리업체 대표 등 7명 구속…뇌물액 6.5억 추징물량 70% 나눠먹어…여러업체 뇌물받는 '양손잡이'도
  • ▲ 심사위원 사무실과 주거지에서 발견된 현금뭉치. ⓒ 서울중앙지검
    ▲ 심사위원 사무실과 주거지에서 발견된 현금뭉치. ⓒ 서울중앙지검
    아파트·병원 등 건축물 안전시공을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업체가 입찰담합으로 5700억원대 용역을 나눠먹고 심사위원에게 뒷돈을 줘 일감을 따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철근누락으로 인한 지하주차장 붕괴로 '순살아파트' 오명을 얻은 인천 검단안단테, 2022년 붕괴사고가 난 광주 화정아이파크 감리업체도 재판에 넘겨졌다.

    30일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공공건물 감리입찰 담합과 금품수수 사건을 수사해 68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중 수뢰혐의를 받고 있는 심사위원(대학교수) 등 6명과 뇌물을 준 감리업체 대표 1명을 구속하고 뇌물액 합계 6억5000만원상당에 대해 추징보전 조치를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17개 감리업체와 소속임원 19명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낙찰자를 미리 정하고 서로 들러리를 서주는 방식으로 총 94건·낙찰금액 합계 약 5740억원에 이르는 LH·조달청 용역을 담합(공정거래법상 부당공동행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LH가 공지하는 연간 발주계획을 기준으로 낙찰물량을 나눴다. 특히 2020년엔 전체물량 약 70%를 담합업체가 나눠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해당업체들은 국토교통부가 2019년 도입한 종합심사낙찰제를 악용했다.

    국토부는 최저가 낙찰로 감리품질이 저하되거나 일부업체에 낙찰이 편중되는 것을 막기위해 2019년부터 심사위원 정성평가 비중을 늘리고 기술력위주로 평가하는 종합심사낙찰제 규정을 적용했다. 

    즉 최종점수에서 심사위원의 정성평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이들 업체는 사업별로 낙찰업체를 정해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정해진 업체가 수주할 수 있도록 심사위원을 대상으로 로비를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사위원이 선정되면 텔레그램이나 공중전화로 연락해 사전에 금품을 지급하거나 사후에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결과 전·현직 대학교수와 시청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2020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감리업체로부터 '좋은 점수를 달라'는 청탁을 받고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8000만원에 이르는 금품을 받아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심사위원은 업체끼리 경쟁을 붙여 더 높은 뇌물액을 제시하게 하거나 경쟁사에 꼴찌점수를 주고 웃돈을 받았다. 여러업체로부터 동시에 돈을 받는 '양손잡이'도 적발됐다.

    또한 검찰 수사과정중 한 심사위원 집 쓰레기봉투에선 현금 1억4000만원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심사위원과 18명과 뇌물을 공여한 감리업체 임원 20명을 기소했다. 이들에겐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뇌물공여 등 혐의가 적용됐다. 뇌물 6억5000만원 상당액은 추징보전했다.

    검찰은 "감리업체들이 LH 전관들로 이뤄진 인적네트워크를 형성하, 군사작전하듯 일사불란하게 위원들에게 고액현금을 '인사비' 명목으로 지급해 공정이 생명인 공공입찰 심사 점수를 흥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토부 등 유관 부처·기관과 협의회를 열어 현행 입찰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며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철저히 공소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LH 측은 "기사에 언급된 심사위원중 LH 현직직원은 없다"면서 "몇년전부터 조달청 입찰심사시 LH 내부직원은 심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