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기부진에 수요 줄어든 유가, 중동발 충격에 변동성 커져전문가들 "산유국 위협 땐 유가 100달러 돌파 가능성" 전망도석유류 물가 불안 속 중동 불안도 최고조… 물가 자극 불가피
  • ▲ 한 주유소 손님이 주유 중이다 ⓒ뉴데일리DB
    ▲ 한 주유소 손님이 주유 중이다 ⓒ뉴데일리DB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피살로 중동 정세 불안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국제 유가 변동성이 높아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5일 석유업계 등에 따르면 중동 불안 장기화에 하반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하마스 최고지도자 피살에 따른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예고하면서 국제유가 안정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이란 수도 테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인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하니예가 피살됐다. 같은 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인근에선 이스라엘 군사 당국이 드론을 이용해 헤즈볼라(이슬람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무장 조직) 사령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했다. 

    이스라엘은 다음 날 이같은 사실을 밝혔으며 당시 이란의 군사 고문도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란 정부와 이란의 지원을 받는 중동 무장단체들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보복을 예고했다.

    사미 아주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우리는 알쿠드스(예루살렘의 아랍어 지명)를 해방하기 위한 전면전을 전개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를 위해 어떤 대가도 치를 각오가 됐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계열의 강경파인 인민해방전선(PFLP)도 이스라엘에 대해 "하니예를 암살하고 이란의 주권을 공격한 죄악을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마스의 연대 무장조직인 이슬라믹지하드(PIJ)도 "한계선을 어기는 적의 범죄를 끝장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강탈을 일삼는 그들(이스라엘)에 하마스 형제들과 손잡고 저항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들 사망 이후 국제유가는 일제히 올랐다. 지난달 31일 기준 브렌트유는 전날보다 80.72달러로 전날보다 2.09달러 올랐다. 두바이유는 0.61달러 오른 79.57달러 올랐으며, WTI는 전날보다 3.18달러 오른 77.91달러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 경기 부진과 예상 밖 미국 고용 지표 악화에 따른 ‘R(Recession·경기 후퇴)의 공포’가 커진데 다른 원유 수요가 줄면서 국제 유가는 최근 하락세를 보였지만 중동 불안 요인이 유가 변수의 상방 리스크로 부상한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현재 (국제유가 가격이) 70달러대의 적정 가격을 이루고 있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괜찮아 보이지만 전쟁이 본격화되고 장기화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중동발 충격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중동 확전 시 국제유가는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며 "배럴당 90~100달러까지 갈 수 있는 잠재적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원재료를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유가 영향을 크게 받는다. 특히 LNG 가격은 한전이 발전사들에 전기를 사고 지불하는 비용인 'SMP(전력도매가격)'을 결정하고 있어 국제유가에 가장 민감하다.

    최근 석유류의 높은 물가 상승률도 문제다.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3으로 지난해 동월보다 2.6% 올랐다. 특히 석유류 상승률은 2022년 10월(10.3%) 이후 21개월 만에 가장 높은 8.4%를 보였다. 휘발유가 7.9% 올랐고, 경유도 10.5% 올랐다. 지난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 감소와 동기간 국제 유가 상승 등의 영향이다.

    정부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석유가스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석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석유류 상승은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인상 압박에 더해 외식물가 등 전반적인 물가 상승 요인이 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국제유가 인상은 산업 구조상 국내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중동 전운이 고조되는 것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