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77% 하락 2441선 마감…역대 최대 낙폭 기록코스피‧코스닥 폭락에 장중 동반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발동미국發 악재‧중동 전쟁‧AI 거품론 등 증시 삼중고 겹쳐전문가 "증시 변동성 불가피하나 경기침체 우려 과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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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경기 침체 공포에 국내 양대 지수가 나란히 폭락, 44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최근 미국발 'R(경기침체)의 공포'가 고개를 드는 데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까지 맞물리며 한국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다수 전문가는 이번 증시 폭락이 과도한 경기침체 우려에 따른 해석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시장이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34.64포인트(8.77%) 내린 2441.55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 역대 최대 낙폭이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66% 급락한 2390.92까지 후퇴하다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같은 날 코스닥지수는 전장보다 88.05포인트(11.30%) 내린 691.28에 마감했다.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장중 급락해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 각각 20분간 매매가 중단됐다. 양대 시장에서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함께 발동한 것은 지난 2020년 3월 이후 약 4년 5개월 만이자 사상 세 번째다.앞서 양대 시장에선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도 발동하기도 했다.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는 이날 오전 11시, 코스닥 매도 사이드카는 오후 1시 5분에 발동됐다.사이드카는 선물가격이 전일 종가 대비 5%(코스피), 6%(코스닥)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한 채 1분 이상 지속될 때 현물시장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식시장의 선물 및 현물 매매를 5분간 중단시키는 제도다.증권가에서는 미국의 제조업 지표 부진에 고용지표 부진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증시를 비롯한 전 세계 주식시장에 타격을 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미국 구매자관리지수(PMI)가 46.8로 시장 예상치(48.8)를 밑돌면서 제조업 경기 위축 신호가 나타난 데다 지난주에 발표된 7월 실업률이 4.3%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이른바 R의 공포가 확산했다는 분석이다.이와 더불어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미국의 투자기업 버크셔해서웨이가 보유 중인 애플 주식을 절반가량 매각한 것과 엔비디아가 설계상의 결함으로 차기 AI반도체 '블랙웰' 제품의 생산 일정을 3개월가량 늦어진 점이 미국 빅테크 주도주 폭락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이밖에 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점도 아시아를 비롯한 글로벌 주식 매도세를 부추기는 요소로 꼽힌다.최근 레바논 무장정파(헤즈볼라) 최고위급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연이어 암살되자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천명하는 등 중동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다만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증시 폭락에 과도한 우려가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실업률 상승은 이민자 증가라는 공급에 의한 결과인 만큼 '삼의 법칙' 적용은 무리가 있다"라며 "실업률을 계기로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고용시장 냉각으로 인한 미국 침체 진입 불안은 과도한 감이 있으며 최근의 주가 급락도 합리적인 매도보다는 투매에 가깝다"라며 반도체와 조선 등 이익 모멘텀이 양호한 업종 중심으로 분할매수 전략을 제안했다.
일각에선 미국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미국의 경기침체 공포가 시장을 덮쳤고, 중동 확전 가능성도 커진 가운데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하가 있어야 시장의 공포가 안정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리 스와프 시장 트레이더들은 전날까지만 해도 올해 3단계(1단계는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예상했으나 하루 만에 4단계 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확신, 이를 상품 가격에 반영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한 번에 0.25%포인트씩 인하하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올해 기준금리를 1%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측한다는 의미다.
사르마야 파트너스의 사장 겸 최고투자책임자인 와시프 라티프는 "시장은 이제 경제가 실제로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라고 말했다.
다만 공격적인 금리인하가 현실화할 경우 시장이 이를 경기침체로 인식해 오히려 증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단 분석도 나오는 만큼 연준의 선택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정부는 이날 이에 대응하는 관계기관들의 긴밀한 공조를 당부했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재부 확대간부회의에서 "미국 경기둔화 우려 부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라며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긴밀히 공조·대응해달라"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한 "관계기관과 함께 높은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해달라"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