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정부, 지난해 기준금리 175bp 인상…헤알화 가치 10%↓엔화 표시 미국채, 채권 금리 상승·엔화 약세에 이중 손실 우려“미국채 금리, 고점 형성하는 과정…트럼프 2기 정책 지켜봐야”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환차익과 금리인하기 자본차익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브라질 채권·엔화 표시 미국채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해 헤알화·엔화 가치가 크게 하락한 데다 고금리로 인한 채권 금리 급등으로 이중 손실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투자자의 브라질 채권 매수 금액은 8453만달러(한화 약 1232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4251만달러·약 620억원)보다 약 98.87%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들어 지난 15일까지도 이미 지난해 매수 금액의 약 10%에 달하는 812만달러(약 11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앞서 브라질 채권은 지난 2023년 헤알화 가치 안정과 10% 이상의 높은 고금리로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아졌다. 특히 1991년 한국과 브라질 간 조세협약에 따라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적용받아 인기를 끌었다.

    또한 브라질 중앙은행(BCB)이 지난 2022년 8월부터 10개월간 유지되던 13.75%의 기준금리를 지난해 상반기까지 10.50%로 인하하면서 투자심리를 자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90%에 육박하는 브라질 정부부채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하자 헤알화 가치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에 브라질 재무부는 정부 지출 삭감 계획을 발표했지만,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면서 매도 물량이 쏟아져나왔다.

    이에 헤알화 가치가 하락했다. 지난해 초 원·헤알 환율은 266.74원이었지만, 연말 230원선까지 약 12%가량 급락했다. 이달 16일 기준으로는 240.59원으로 약 10원가량 회복했다.

    헤알화 가치가 하락하자 BCB는 1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9월 25bp, 11월 50bp, 12월 100bp씩 총 175bp 인상하는 고강도 통화정책을 펼쳤지만, 이마저도 헤알화 약세 현상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BCB는 올해도 차기 두 개 회의에 걸쳐 12월과 동일한(100bp) 수준의 추가 긴축을 시사했다.

    이에 브라질 국채 금리도 치솟았다. 브라질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해 6월 말 11.64%에서 이달 15.16%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5년물과 10년물도 각각 12.22%, 12.33% 수준에서 15.03%, 14.85%로 상승했다.

    지백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브라질의 물가를 둘러싼 대내외 요인이 악화됨에 따라 BCB의 포워드 가이던스도 변경됐다”며 “지난 회의에서는 향후 관련 지표 결과에 따라 인상 폭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었지만, 지난 회의에서는 시나리오가 예상과 부합하면 차기 2개 회의에서 동일한 규모의 추가 긴축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가이던스대로 금리인상이 단행될 경우 최종 기준금리 레벨은 14.25%를 상회할 수 있다”며 “현재 시장의 예상치가 14.00%인 만큼 컨센 조정과정에서 단기간 시장금리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부연했다.

    엔화 표시 미국채에 투자하는 일학개미들도 이중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 일본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상위 50개 종목 중 1·11·42위가 엔화를 통해 미국채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총 11억6877만달러 규모(약 1조7025억원)다.

    이중 매수 규모가 압도적 1위(10억9972만달러·약 1조6008억원)인 ‘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는 지난해 17.46%나 하락했다. 미국 채권 금리가 상승하며 수익률은 하락했는데, 엔화 약세까지 겹친 것이다.

    일본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초 140엔선 초반이었지만, 4~7월엔 160엔을 돌파하며 버블 경제 시기인 198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연말엔 157엔선까지 소폭 하락했다.

    일본은행(BOJ)은 ‘금융 정책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3월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를 17년 만에 인상하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했다. 이후 7월 금리를 0~0.1%에서 0.25% 정도로 올렸다.

    일본은행은 물가가 2%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오르고 임금도 함께 상승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달 16일 전국 지방은행 협회 회의에서 오는 23~24일 개최되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지 여부를 논의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히미노 료조 일본은행 부총재도 지난 14일 요코하마시 강연에서 같은 발언을 한 바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1월 일본은행 기준금리 결정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는 25bp 인상으로 모아지고 있다”며 “이번 주 일본은행 총재의 추가 금리 인상 시사 발언 이후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엔화가 소폭 강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매파적인 입장이 강화된다면 엔화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국채 시장 벤치마크인 미국채 10년물 금리의 경우 16일(현지 시각) 4bp 오른 4.61%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5일 미 노동부가 예상치에 부합하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하면서 4.79% 수준에서 하락했지만, 지난 9월 기록한 3.65%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통화정책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2년물 금리도 3.54%에서 4.24%로 높아졌다. 

    시장에서는 미국채 금리가 고점을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진단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둔화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은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과정”이라며 “단기금리 상승 요인이 완화되었다는 점은 반길 만하지만, 인플레 요인과 기간 프리미엄의 방향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1분기 동안 좀 더 이어진다는 점에서 1분기 미국채 10년물은 4.3~4.9%의 밴드에서 상단을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도널드 트럼프의 취임식 이후 관세 부과 조치의 강도를 확인해야 하는 과정이 있으며 이로 인해 다시 인플레 경계감이 높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뿐만 아니라 그간 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기간 프리미엄의 상승 또한 기여했는데, 기간 프리미엄 상승이 완화되기 위해서는 재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될 필요가 있어 미국 트럼프 2기 하의 재무부 스탠스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