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예상치 부합한 CPI…채권시장은 안도연일 '연저점' 경신 장기채 ETF 투자자들도 기대감↑장기채 금리 수준 저평가 영역…분할 매수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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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세를 보이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락했다. 그간 물가 상승세에 금리 인하 중단을 우려했던 시장이 한숨 돌린 모습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여전히 강한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감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고 있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로 당장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최근 장기채 금리 수준이 매력적이라는 평가 속에 변동성을 감안한 보수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시장 예상치 부합한 CPI…채권시장은 안도지난 15일(현지시각) 미 노동부는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월 대비 0.4%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0.2%에 부합하는 동시에 직전월 수치 0.3%보다 둔화한 것이다.12월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로도 3.2% 상승해 시장 예상치(3.3%)와 직전월 수치(3.3%)를 모두 밑돌았다.이번 CPI 발표를 예의주시했던 시장은 크게 안도했다. 12월 CPI가 발표된 후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는 30분도 안 돼 10bp 이상 급락했다.
10년물 금리는 한때 4.653%로, 전장 보다 13.5bp(1bp=0.01%포인트) 급락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264%로 10.10bp, 30년물 국채금리는 4.878%로 10.60bp 하락했다.그간 채권시장에서 미국 장기채 수익률은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가파른 상승을 보여왔다. 10년만기 국채금리는 4.7%를 오가며 30년만기는 4.9%를 넘어 2023년 10월의 고점에 근접한 상태였다.미국이 물가를 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핵심 공약으로 내건 고율 관세정책과 감세정책, 이민자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한 영향이다.레건 캐피탈의 스카일러 와인앤드 최고투자책임자는 "CPI 수치가 예상보다 완화되면서 지난 금요일의 뜨거운 고용 수치 이후에도 올해 연준이 금리 인하를 할 수 있다는 안도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좌불안석' 美장기채 투자자 한숨 돌릴까…"금리 경로 불확실성 여전"시장의 안도감 속에 그간 금리 인하를 기대하며 미 장기채 투자에 나섰다가 속앓이했던 채권 개미들도 모처럼 웃었다.'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 3배 레버리지'(티커 TMF)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전일 대비 5.11% 급등 마감했다. 지난해 서학개미가 2억700만달러어치 사들인 '아이셰어즈 만기 20년 이상 미 국채'(티커 TLT)도 1.72% 상승했다.그간 미 국채 관련 ETF는 줄줄이 연저점까지 추락한 바 있다. TMF는 지난 14일 36.98달러까지 내려앉으면서 연저점을 기록, 같은 날 TLT도 이날 연저점으로 하락하면서 1년 새 11.63% 급락했었다.시장의 예상에 부합한 CPI 발표로 채권값이 급등(국채금리 급락)했지만 안심하긴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초래하는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고, 물가 상승률 역시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아 당분간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바클레이즈는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한 관세 인상이 현실화한다면 CPI 상승률이 3% 부근에서 고착화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오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7.3% 반영하고 있다. 오는 3월과 5월 금리 동결 가능성도 각각 74%, 56%에 달한다.BMO 캐피털 마켓의 살 과티에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할 일이 더 남아 있어 여전히 제약적인 금리를 더욱 천천히 인하하기로 계획을 바꿨다"며 "금리는 이달 말 유지될 것이고 다음주 첫 시행될 수 있는 관세의 인플레이션 영향에 대한 명확성이 생길 때까지 연준이 금리 인하를 재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중장기적으로 연준이 미국 기준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장기채 ETF를 분할 매수해 변동성을 피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단기간 내 장기채 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지만 가격 하단에 근접한 만큼 분할로 매수 대응 전략은 유효하다는 평가다.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의 경기 여건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국채 10년물이 4.5% 이상을 넘어서는 것은 저평가 영역"이라며 "미국 국채 10년물의 적정가치는 4% 내외로, 1년 뒤 미국 연방금리가 연 3.75%까지 하락한다면 3% 후반대의 미국 국채 10년물의 금리는 불합리한 추정은 아니다"고 분석했다.다만 이달 말 트럼프 행정부 취임 직후 금리 향방을 경계해야 한다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ING의 파드라익 가비 글로벌 금리 전략팀장은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올해 말 5.5%에 이를 것으로 봤다. 미국의 자산관리사인 T로웨프라이스의 아리프 후사인은 6%까지 상승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미국 기준금리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인 만큼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서 변동성이 높은 미 장기채 투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박윤철 iM증권 연구원은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그간 약속한 공약들을 어떤 강도로 이행하는지 지켜본 뒤 미 장기채 ETF에 들어가는 것도 늦지 않다"며 "대규모 재정 지출을 수반하는 정책을 펼칠 경우 국채 발행을 늘리면서 미 금리가 재차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