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선정산대출 최다… 홍콩ELS도 1.2조 판매금융상품 논란 때마다 주요 판매사 명단에 "리스크 걸러냈어야… 은행은 피해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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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에 이어 티몬‧위메프(티메프) 미정산 사태로 ‘2연타’ 충격을 맞고 흔들리고 있다.지난 1분기 홍콩ELS 배상으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고 이번엔 티메프와 관련된 1000억원대 대출을 떼일 위기에 놓였다.무엇보다 소비자 피해 등 논란을 일으키는 상품마다 주요 판매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은행의 핵심 역량인 리스크 판별 능력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선정산대출 압도적 점유율… ‘티메프 리스크’ 몰랐나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은행연합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SC제일은행이 티몬·티몬월드·위메프와 관련해 신규 취급한 선정산대출은 3649억원에 달한다.같은 기간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내준 선정산대출 규모는 각각 203억원, 3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티메프 입점 판매사들이 받은 선정산대출 중 95%를 SC제일은행이 내준 것이다.지난달 25일 기준 잔액 규모는 SC제일은행 1050억원, 국민은행 26억원, 신한은행 300만원 순이었다.선정산대출은 일종의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이다. 이커머스 입점 판매사는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한 뒤 통상 2개월 뒤 대금을 정산 받는데 이 기간 자금을 운용할 수 있도록 은행에서 먼저 대출을 받고 정산일에 받는 판매대금을 다시 은행에 상환하는 식이다.그런데 티메프가 지급 불능 상태에 빠지면서 입점 판매사들은 본인 돈으로 대출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SC제일은행은 만기연장과 이자 면제 등 지원책을 내놨지만 통상 선정산대출을 찾는 판매사는 자금 사정이 빠듯한 경우가 많아 대규모 부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다른 은행들이 그간 선정산대출을 적게 취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해당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관계자는 “선정산대출은 티몬과 같은 이커머스를 보는 게 아니라 판매사의 신용도를 보고 신용대출처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취급규모가 압도적이다 보니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키운 원인 제공자로 SC제일은행을 지목하고 있다. 판매사들의 월평균 매출보다 많은 대출을 내주며 무리한 영업을 해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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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이은 리스크 감지 실패… 수익성 만회 조급증 탓은행권에선 마케팅 활동 자체를 문제 삼는 것엔 무리가 있을 수 있지만 은행으로서 리스크를 전혀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핵심으로 보고 있다.SC제일은행은 대규모 손실 논란을 빚은 홍콩 ELS 사태에서도 주요 판매사 중 하나였다. 1조2000억원가량을 판매해 경영적 손실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SC제일은행의 지난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젼년 동기 대비 67.8% 급감했다.한 은행권 관계자는 “SC제일은행 리스크 판별 능력이 현저하게 저하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티메프 사태와 관련된 곳(카드·PG사 등)마다 각자 억울한 입장이 있겠지만 은행이 피해자라고는 말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실제로 SC제일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지난 2022년 말 0.19%를 기록한 이후 매 분기 상승해 올해 1분기 말 0.43%까지 치솟았다.국내 시중은행의 NPL비율이 0.21%~0.33%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SC제일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예전만 못한 배경으로는 대출규모와 이자이익 감소를 만회하고자 하는 조급증이 꼽힌다.가계대출은 접근성이 높은 인터넷전문은행에, 기업대출은 압도적인 영업망을 갖춘 대형 시중은행의 공세에 밀리는 형국이다 보니 선정산대출과 같이 위험이 잠재된 틈새시장에 공격적으로 나서게 됐다는 분석이다.SC제일은행의 총여신 규모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39조92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감소했다. 이중 가계대출이 17.6%, 기업대출이 14.9% 줄었다.전체 대출 규모가 축소되면서 이자벌이도 줄어들었다. 1분기 이자수익은 지난해 8200억원대에서 올해 7000억원 초반으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