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일자리·보훈예우수당·학교급식·취약계층 지원 등에 298억원 우선 집행키로이성헌 구청장 "어려운 경제여건에 명절 맞물려 민생피해 더는 놔둘 수 없어"구의회 승인 없으면 효력 상실 … 구의회는 민주당의 예산 합의안 파기 이후 파행 중서대문구, 예산 표적삭감 등 배후로 민주당 김영호 국회의원 지목 … 논란 커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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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급 기자회견하는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서대문구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예산 합의안 파기와 수정안 날치기 통과로 올해 '준예산' 사태를 맞은 서울 서대문구가 설 명절을 앞두고 민생 예산을 우선 집행하기 위해 선결처분을 긴급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이성현 서대문구청장은 이날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 복리증진과 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방자치법 제122조에 따라 지자체장에게 부여된 선결처분권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선결처분은 지자체장이 지방의회 의결을 얻지 못한 경우 행사하는 일종의 긴급 권한이다.서대문구는 준예산 편성으로 말미암아 중단되거나 지연된 어르신·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과 보훈예우수당, 학교급식, 감염병 예방, 장애인 재활치료와 위기 청소년 생활·자립 지원 등 25개 사업에 298억 원을 우선 집행하기로 했다.이번 긴급 선결처분의 배경은 서대문구가 준예산 체제에 놓이면서 예산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준예산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아 전년도 예산 규모에 맞춰 운영하는 잠정 예산이다. 법령·조례로 설치된 기관이나 시설의 유지·운영 등에 제한적으로 쓸 수 있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
- ▲ 서울 서대문구청.ⓒ서대문구
서대문구의회는 지난해 12월 17일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를 거쳐 여·야 합의로 올해 예산안을 사실상 확정했었다. 12월 20일 본회의 의결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그러나 민주당은 20일 합의안을 파기하고 구의 주요 사업을 삭감한 수정동의안을 기습 발의해 처리했다. 서대문구의회는 여소야대 형국이다. 재적의원 15명 중 민주당이 8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국민의힘 5명, 개혁신당 1명, 무소속 1명 등으로 구성됐다.서대문구는 이번 준예산 사태가 민주당 김영호 국회의원(서대문을) 지시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이 표적 삭감한 사업은 윤석열 대통령후보 정무특보를 지낸 이성헌 구청장이 민선 8기 들어 시작해 성과를 내며 호평을 받아온 사업들로, 이를 전액 삭감한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읽힌다는 것이다. 예산이 삭감된 주요 사업은 ▲내·외국인 170만 명이 찾아 힐링 장소로 급부상한 '카페 폭포 한류문화체험관' 조성사업비 10억 원 ▲주민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클래식 공연' 예산 2억9000만 원 ▲지난해 4개 전국대회를 석권한 서대문구청 여자농구단 운영비 8억4800만 원 ▲홍제홍은역세권 활성화사업 사전준비 설계용역비 11억 원 등이다.서대문구 한 관계자는 "지난해 상임위, 예결위를 거쳐 여·야가 합의안을 도출했을 때 민주당 소속의 김양희 의장과 원내대표, 당시 예결위원장 등이 참석했었다"면서 "이후 국회의원이 참석한 지역 의총이 열렸고, 민주당이 합의안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김 의원의 지시가 있었다는 게 의원들의 전언"이라고 부연했다.서대문구가 설 명절을 앞두고 선결처분 카드를 꺼내긴 했으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특히 구의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승인을 받지 못하면 선결처분 효력은 상실한다. 서대문구는 선결처분 예산이 보훈대상자 설 명절위문금 등 민생예산과 직결된 만큼 구의회가 승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장담할 순 없는 처지다.이 구청장은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부득이 선결처분에 이르렀지만, 준예산 상황을 조기에 해결하고 민생 예산을 온전히 되살릴 유일한 방법은 하루속히 구의회를 열어 올 예산안을 정상 처리하는 방법뿐"이라고 강조했다.서대문구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해서 조속한 예산안 재의결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 의장이 구의회 소집을 받아들이지 않는 등 구의회 파행이 지속되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