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위기감 속 국내 증시 요동…시장 불안정성 높이는 금투세 부작용큰손 매물 출회로 인한 증시 폭락·인적공제 혜택 제외·건보료 부담 가중 등문제점 차고 넘치는 금투세…개미·해외 투자자 자금 이탈 악순환 우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최근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증시 폭락 등 경제 위기 상황에 직면한 만큼 개인투자자를 포함한 시장 참여자들은 불안정한 증시 상황에서 금투세 강행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며 정치권을 연일 압박하고 있다. 

    ◆개복치 K-증시…"오른 것도 없는데 빠질 땐 더 많이"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중동 정세 악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움직임 등 악재가 겹친 영향으로 최근 글로벌 증시의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 역시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일 역사적인 낙폭을 기록한 코스피와 코스닥은 올해 고점 대비 각각 15.5%, 24.5% 내렸다.

    문제는 한국 증시가 유독 깊은 낙폭에도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7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5% 상승률을 기록했다. 직전 2거래일간 12% 넘게 하락했던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애매한 회복력이다.

    경기 침체 우려를 촉발한 7월 미국 실업률 발표에 따른 폭락장세 이전에도 국내 증시는 부진했다. 국내 증시 흐름과 동조하는 경향이 강한 뉴욕증시 나스닥지수가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17% 상승하며 연일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중에도 코스피는 불과 4% 상승했다. 코스닥은 오히려 7% 넘게 떨어졌다.

    시장에선 국내 증시 부진 원인 중 하나로 금투세 불확실성에 따른 개인투자자 이탈 흐름 문제를 지목해왔다. 글로벌 증시 대비 유독 국내 시장이 민감한 흐름을 보이는 것 역시도 금투세 영향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 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기타 25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세금으로, 세율은 20~25%다. 원래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이를 유예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금투세, 폐지해야 할 이유 차고 넘친다

    시장 참여자들은 현재 시점에서 금투세 강행은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금투세가 폐지돼야 할 이유는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금투세 회피 물량 출회로 주식시장 하방 압력이 심화될 것이란 우려다. 유독 금투세와 관련 개인투자자들의 반대 목소리가 큰 이유는 증시에 미칠 파급 효과 때문이다. 매 연말이면 개인의 대주주 요건 회피를 위한 매도 물량이 늘어나는데, 여기에 금투세를 피하려는 매물 출회 우려까지 겹치며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정부 추산 금투세 대상자가 주식 투자자의 1%(15만명)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금투세 폐지는 '부자감세'라고 주장하지만 대다수 개미 투자자들은 큰손들이 주식시장을 떠나 유동성이 축소되면 증시가 위축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장기투자자의 경우 내년 금투세 시행 시 세금 회피를 위해서라도 단기적인 투자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러한 단기 투자는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증대시킨다.

    둘째, 주식 시장뿐만 아니라 채권 시장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동안 비과세였던 채권의 매매 차익에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올해 상반기 장외 채권 순매수액은 23조원으로, 금투세 법안이 처음으로 통과된 2020년 상반기(1조8000억원)보다 13배 폭증한 규모다. 금투세 시행 시 채권은 250만원을 넘어서는 매매 차익에도 최대 27.5%의 세금이 부과되면서 채권을 매도하려고 하는 개인 투자자들로 인한 채권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셋째, 연말정산 시 인적공제 혜택을 못 받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금투세가 투자수익을 소득으로 정의해 부양가족의 국내외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 수익이 연 100만 원만 넘어도 인적공제 대상 자격 요건 중 하나인 '연간 소득액 100만 원 이하'에 걸려 대상에서 제외된다.

    넷째, 건강보험료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 근로 소득을 제외하고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 건보료를 추가 부과하고 있는데, 금투세 도입으로 주식에서 얻은 소득이 건보상 소득으로 인정되면 건보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원천징수의 세금 부과 방식도 문제로 거론된다. 현재 금투세는 반기별로 원천징수하게 돼 있다. 이는 과세 당국이 감당해야 할 행정력을 개인투자자에게 전가하는 불편한 징수 방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나 투자자들은 원천징수 시 복리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개인 투자자는 "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을 버는 개미 투자자들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부자감세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개미는 평생 일만 하다 죽으라는 말과 다를 게 없다"며 "특히나 원천징수, 연말정산 인적공제, 건강보험료 인상 가능성은 개미들에게 민감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같은 문제점을 안은 채 금투세가 도입되면 국내 개인투자자 및 해외 투자자들의 이탈, 상장사 자금 조달 어려움 등 악순환이 반복됨으로써 자본시장의 건전성은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결국 K-증시 엑소더스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증권사 자산관리(WM) 임원은 "외국인 투자자 비율이 높고 국내 수급을 지탱해줄 기관투자자의 힘이 부족한 국내 증시는 외풍에 유난히 취약한 구조"라면서 "금투세 불확실성이 시장 부진 배경의 전부일 순 없지만 고질적 약체인 우리 시장 변동성에 기름을 붓는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정쟁, 언제까지?…민주당 향한 비난 여론 거세

    이러한 우려를 반영해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밀어붙이고 있다. 금투세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며 연일 초당적 논의를 촉구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공지에서 국회를 향해 "정부가 제안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에 대해 전향적 자세로 조속히 논의해달라"며 "국민 대다수가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상황에서 제도 시행 여부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은 주춤거리고 있다. 당 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민주당은 공식 입장 표명을 미루면서 여론을 살피는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는 면세 한도를 연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자고 제안하는 등 금투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고수하고 있다.

    진 의장은 최근 당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주식 투자자의 1%에 불과한 초거대 주식 부자들의 금투세를 폐지하면 내수 경제가 살아나느냐"며 금투세 관련 당정의 주장을 맞받아쳤다.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민주당을 향한 개인 투자자들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한투연 등 개인투자자들은 오는 8월 15일 저녁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투세 폐지 촉구를 위한 2차 촛불집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5월 말에도 금투세 강행을 규탄하는 촛불집회를 개최한 바 있다.

    개인주식투자자 권익보호 비영리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의 정의정 대표는 "최근 거론되고 있는 유예는 불확실성 증폭으로 가뜩이나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허덕이는 우리 주식시장을 장기 침체의 늪에 가둘 매우 나쁜 선택"이라면서 "민심을 따라야 할 정치인들은 8~9월 중에 폐지 후 진정한 선진국 수준의 환경이 될 때 논의 후 도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