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상표권 사용료 예상액 대폭 줄였지만 올해도 깜깜롯데케미칼, 호텔롯데, 코리아세븐 등 주요 작년 수수료 감면올해 실적 악화 가속… 더 감면해줬다가는 세금 폭탄 우려도
  •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롯데지주가 상표권 사용료(브랜드 로열티)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자회사의 전반적인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주사의 주요 수입인 상표권 사용료를 감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전히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롯데지주가 비상경영에 들어간 상황에서 마냥 자회사의 상표권 사용료를 받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이고 있다.

    14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17개 계열사가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내는 상표권 사용료가 예정 보다 약 36.4% 감소한 2739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2021년 17개 계열사와 상표권 사용 계약을 맺으면서 3년간 상표권 사용료로 4307억원을 예상한 바 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롯데지주는 각 계열사에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뺀 금액의 0.20%를 상표권 수수료로 책정하고 있다. 지난 2022년 기존 0.15%에서 0.05%P 인상했는데, 이는 최근 그룹 전반의 위기 상황에서 독이 됐다.

    예상 상표권 사용료가 대폭 줄어든 배경에는 주요 계열사의 매출 감소도 있지만 그보다 주요했던 것은 각 계열사와 맺은 상표권 사용료 감면 조항이다. 롯데지주와 계열사는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각 계열사의 부담을 낮춰왔다.

    이는 당장 계열사에서 적자가 나고 있는 상황에서 지주사가 상표권 사용료를 받을 경우 실적 악화에 더욱 가속도가 붙는다는 점을 고려한 판단이다. 그럼에도 올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36.4%가 줄어든 상표권 수입 전망치마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재 롯데지주의 가장 큰 골치는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당초 3년간 1182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지불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 시점에서는 예상액이 339억원으로 71.3% 감소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상표권 사용료를 아예 지불하지 않았고 앞선 2022년에도 상표권 사용료로 단 15억원만 지불했다. 

    각 계열사별로 상표권 관련 계약이 다르지만 롯데케미칼은 실적 악화일 때는 일부 상표권 사용료를 감면해주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표권 사용료의 감면에도 불구하고 정작 롯데케미칼의 실적은 추락 중이다. 롯데지주의 상표권 사용료 예상액을 맞추기 위해서는 롯데케미칼이 올해 324억원의 상표권 사용료를 내야한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올해 상반기에 영업손실 246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3배 이상 커졌다. 롯데케미칼은 최근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호텔롯데도 예상 상표권 사용료가 대폭 감소한 곳이다. 호텔롯데의 예상 상표권 사용료는 2022년 417억원에서 현재 168억원으로 59.6% 감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2년간 호텔롯데가 지불한 상표권 사용료는 90억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올해는 위태롭다. 호텔롯데는 올해 1분기 2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최근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 부문은 실적악화에 따른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도 153억원이던 상표권 사용료 예상액이 47억원으로 69.3% 감소했다. 이는 사실 지난 2022년에 지불한 47억원 규모 상표권 사용료로 3년치 사용료를 갈음하겠다는 의미다. 실제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상표권 사용료로 5200만원만 지불했다. 롯데지주가 소극적 브랜드 사용이라는 이유로 지난해 상표권 사용료를 면제해줬기 때문이다. 올해도 면제될 가능성이 높다. 코리아세븐은 지난 1분기에만 34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폭이 커졌다. 

    롯데지주 입장에서는 상표권 사용료를 면제해주면서 까지 자회사를 배려했지만 정작 올해도 제대로 된 사용료를 받기 힘든 처지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롯데지주가 비상경영을 선언하며 자회사 실적 챙기기에 나선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롯제지주의 수입 감소는 그룹 전반의 투자 여력 감소와 직결되는 문제다.

    리스크도 있다. 상표권 사용료를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감면해준다면 자칫 세금을 부당하게 줄이는 부당행위계산부인으로 판단될 수 있다. 상표권 사용료가 국세청의 과세대상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지주가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상표권 사용료를 인상한 것이 실적이 악화되는 계열사들의 발목을 잡았다”며 “무작정 감면해줄 수도, 계약된 0.20%의 수수료를 모두 받을 수도 없는 딜레마에 놓였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