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가 지루한 '엑셀 시트'로 뮤직비디오를 만들자, 광고주가 응답했다!

지난 6월 셋째주 프랑스 칸(Cannes)에선 세계 최대·최고의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가 열렸다. 매년 칸 라이언즈에서 수상한 작품들은 다음해 크리에이티비티의 기준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

다섯번째 순서는 크래프트 트랙(Craft Track)이다. 크래프트 트랙은 예술적 기교에 주목해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를 아름답게 구현한 작품에 시상하는 부문이다. 크래프트 트랙엔 디자인(Design Lions)·디지털 크래프트(Digital Craft Lions)·필름 크래프트(Fim Craft Lions)·인더스트리 크래프트 라이언즈(Industry Craft Lions)가 속해있다.

알렉산더 칠(Alexander Schill) 서비스플랜 그룹 글로벌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Global Chief Creative Officer)겸 파트너는 2024 칸 라이언즈에서 크래프트 트랙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혼신을 다해 멋지게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칸 라이언즈 코리아는 크리에이티브 아이디어는 물론, 정교하고 이목을 사로잡는 예술적 기교를 높이 평가하는 크래프트 트랙 그랑프리 수상작 네편을 소개한다.

독일 일간지 FAZ(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는 브릴리언트 마인드(Brilliant Minds) 캠페인의 100번째 특집호 인물로 당시 독일내 유일한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102세의 마고 프리드렌더(Margot Friedländer)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브릴리언트 마인드는 역사와 문화와 관련해 상징적인 인물을 선정해 한 컷의 이미지로 소개하는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의 특징은 인물의 얼굴은 FAZ 신문으로 가리고 주변 배경을 통해 주인공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100번째 특집호는 독일 베를린에 있는 홀로코스트 기념관에서 촬영했고 2024년 1월 27일 홀로코스트 추모의 날에 발행됐다.

출품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년 동안 독일은 극우 정치단체의 부상으로 인종차별과 반유대주의가 증가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고 프리드렌더 생존자의 사진은 독일 사회 안에서 관용과 인본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화를 불러 일으켰다.

칼페쉬 파탄카(Kalpesh Patankar) 인더스트리 크래프트 라이언즈 심사위원장은 이 캠페인에 대해 "굉장히 감동적이며 마음을 묵직하게 치는 한 방이 있다"며 "세상이 분열된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에 이 작품은 모든것의 차이를 초월해 모두가 인간이 되도록 도전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말하며 그랑프리를 수여하게 된 심사평을 밝혔다.

점자블록은 시각장애인이 보행 과정 중 필요한 직선보행, 방향전환 그리고 멈추는 것을 돕기 위해 인도와 지하철 역사 등에 설치된 편의시설이다. 블록의 형태는 동그라미 점이 모여있는 점형블록과 긴 선으로 이루어진 선형블록이 있다. 보행에 문제없이 계속 걸을 수 있다면 선형블록이, 멈춰야 하는 곳에는 점형블록을 설치돼 있다.

그러나 사람이 이동할때는 방향도 중요하지만 이동하는 목적지가 있기 마련이다. 현재의 점자블록 시스템에선 걷거나 멈추는것만 가능할 뿐 시각장애인 혼자 목적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페루의 시멘트 브랜드 솔(SOL)은 시각장애인들의 보행 자율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새로운 촉각 언어를 개발했다. 기존의 선형블록을 활용해 가운데 선의 개수로 장소를 구분하도록 한 것이다. 한줄은 식당, 두줄은 은행, 여섯줄은 병원 등 선의 숫자에 따라 공간을 인지할 수 있다.

촉각언어 개발은 페루의 시각장애인 협회와 협업해 제작했으며 시각장애인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자료도 제작했다. 새로운 촉각언어로 제작한 점자블록은 페루 리마의 번화가인 미라프롤레스(Miraflores) 지역을 시작으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출품자료에 따르면 2024년 6월 기준 7만5000제곱미터(㎡)에 걸쳐 사이트워크 점자블록을 설치 했고 페루뿐 아니라 전 세계 약 2억 8500만명에 달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오픈소스로 자료를 공개했다. 

푸라 요하네스도티르(Fura Johannesdottir) 디자인 라이언즈 심사위원장은 "디자인은 그 디자인이 보이지 않았을 때 빛을 발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많은 사람의 일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세계적이며 확장성이 있는 솔루션"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대형 금관악기인 튜바를 연주하고 아침에 일어나 버섯에 물을 주고 도자기를 만드는가하면 식사 후엔 탁구 랠리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보여주는 화면은 16:9의 화면 비율이 아닌 정사각형 모양의 좁은 프레임이다.

여러 사람들의 일상을 보여주던 영상은 '모든 공간은 세계 최고의 장소가 될 자격이 있습니다(Every square metre deserves to be the best in the world)'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며 끝난다.

한 평(The Square Meter)이라는 제목의 이 영상은 집 꾸미기(홈 퍼니싱; Home furnishing) 제품을 판매하는 독일 D.I.Y 상점 브랜드의 캠페인이다.

혼바흐 매장에선 욕실에 붙이는 타일 또는 마당을 가꾸는데 필요한 다양한 도구를 판매하며, 주로 대규모 인테리어나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판매한다. 

유럽의 경기 침체로 넓은 공간에 거주하거나 대규모 공사를 필요로하는 사람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혼바흐는 새로운 브랜딩이 필요했다. 크기에 상관없이 혼바흐의 브랜드 정신인 크리에이티비티와 기술 그리고 장난은 여전히 오늘날의 잠재적 인테리어디자이너(DIYers)에게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프라순 판디(Prasson Pandey) 필름 크래프트 심사위원장은 이 작품에 대해 "빛의 활용과 제작, 디자인 모두 훌륭했다"며 "영상 속 영화적 예술은 마치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처럼 호흡이 정확했다"는 심사평을 전했다.

스포티파이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 브랜드다. 오디오를 다루는 앱 서비스지만 스포티파이 사용자들은 단순히 귀로 음악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노래 가사를 화면으로 확인하거나 새로운 플레이리스트를 검색하는 등 눈은 종종 화면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사용자 패턴을 파악한 스포티파이는 오디오 광고 외에 2023년 비디오 형태의 새로운 광고상품을 선보였다. 출품 자료에 따르면 많은 미디어 플래너들은 여전히 스포티파이 앱을 오디오 플랫폼으로서만 인식하고 오디오 맞춤형의 미디어 플랜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디오 매체비는 전체 광고 예산의 약 2%밖에 되지 않았고 스포티파이는 자사 영상광고 기능을 미디어 플래너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었다.

스포티파이는 광고영업팀이 고객사와 소통할때 사용하는 엑셀 스프레드시트에 주목했다. 엑셀 시트 내 행과 열을 캔버스로 두고 수십만개의 문자를 기입할 수 있는 유니코드와 아스키코드 및 엑셀의 함수 기능 등으로 그림을 그리고 시트의 셀에 각각의 색을 덧입혀 4분 분량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이렇게 완성된 최초의 엑셀 뮤직비디오는 전 세계 미디어 플래너들에게 배포됐다.

켄타로 키무라(Kentaro Kimura) 디지털 크래프트 라이언즈 심사위원장은 "AI와 같은 첨단 기술 대신 수십년도 더 된 고전적인 기술을 사용해 놀라운 수준의 작품을 완성했다"며 "지루하고 재미없는 미디어 플랜이 담긴 엑셀시트를 엔터테인먼트로 전환한 스포티파이만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이 작품으로 인해 스포티파이 광고 지출은 230% 가량 증가했다.

2024년 칸 라이언즈 수상작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아카이브 '더 워크'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올해로 71회를 맞는 칸 라이언즈 2024는 6월 17일부터 21일까지 프랑스 남부도시 칸(Cannes)에서 열렸다. 자세한 내용은 칸 라이언즈 홈페이지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는 구글코리아, 기아 주식회사, 단국대학교, 대홍기획, 디마이너스원, 빅인스퀘어, 스튜디오좋, 앨리스퀘어크리에이티브, 엘리엇, 오스카스튜디오, 이노션, 이노션에스, 제일기획, 주식회사 거스트앤게일, 차이커뮤니케이션, 퍼블리시스 그룹 코리아, 포스트포나인즈, HSAD, KT(가나다 순) 소속 전문가들이 참관단을 꾸려 칸을 방문했다.